[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지난해 12월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관련해 희생자 유족단이 항공기 제조사인 미국 보잉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 | 지난 1월 제주항공 참사 현장에서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관계자들이 기체 잔해를 수습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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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잉의 설계·제조·품질관리 전반에 대한 책임을 묻는 이번 소송은 보잉의 신뢰를 다시 시험대에 올려놓는 동시에 국내 항공사 기단 생태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유족단의 변호를 맡은 국제항공사건 전문 로펌 허만 로(Herrmann Law) 그룹은 16일 오후 서울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파르나스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 워싱턴주 킹카운티 상급법원에 소장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소장에는 보잉이 제품 결함과 노후 설계 문제를 인지하고도 항공기를 판매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1960년대에 설계된 구식 시스템을 근본적인 개선 없이 그대로 사용해 조종사들이 항공기를 안전하게 착륙시킬 수 없었다는 주장이다.
또한 보잉의 기업 문화가 이윤 추구에 치우쳐 안전 시스템 개선이 장기간 지연됐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유족 측은 “휴대폰이 나오기도 전에 만들어진 전기·유압 방식이 여전히 사용됐다”며 “사고 당시 작동하지 않은 기능이 15가지에 달했고, 그 자체로 보잉의 책임을 충분히 입증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족단이 미국 보잉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가운데, 허만 로그룹의 수석 변호사 찰스 허만(오른쪽)이 16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파르나스 호텔에서 관련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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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잉은 총 346명의 사망자를 낸 2차례의 ‘737 맥스 추락 사고’ 이후 안전·품질관리 체계 전면 개편을 공언해왔지만 이번 소송으로 기술·안전관리 관련 내부 문건 공개 요구가 이어지고 신뢰 문제가 다시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법원이 유족 측 주장을 받아들일 경우 감항성과 안전성 전반에 대한 불신은 더욱 확산되는 게 불가피하다.
특히 국내 항공사들의 보잉기 비중이 전체의 62%(258대)에 달하는 가운데, 이번 소송 결과에 따라 점유율 38%를 차지하고 있는 에어버스와의 양강 구도가 흔들리고 중장기적으로 기단 다변화 논의가 본격화될 가능성도 있다.
한편 보잉 관계자는 “제주항공 참사 유가족분들께 깊은 애도의 뜻을 전한다”며 “당사 정책상 법적 사안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다”며 발언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