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스테이블코인의 부상과 함께 불법 환전이 통화정책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인공지능(AI)기반 신원인증 등 기술적 해결책을 도입하는 기업이 있다. 하지만 법제도 미비로 합법과 불법 사이에서 제도권 진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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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환전이 단순 외환 거래를 넘어 범죄 수익금의 자금세탁 통로로 악용되고 있다. 관세청 단속 결과에 따르면 명동 등 수도권에 불법 환전소가 집중돼 있으며 외국인 운영 사례도 적발됐다. 최근엔 서울세관이 가상자산을 이용해 한·러 간 약 580억원을 불법 송금한 러시아 환전상을 적발하기도 했다.
이에 대응해 비대면 본인확인 기술을 도입해 신원 검증을 강화하려는 시도가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주택은행(현 KB국민은행)출신 이종명 대표가 설립한 다윈KS는 과기정통부 규제샌드박스를 통해 외국인 대상 가상자산 환전 서비스(DTM)를 제한적으로 운영 중이다. DTM은 안면인식 기반 비대면 본인인증(KYC)절차를 통해 신원 인증 후 비트코인, 테더 등의 입금·환전·출금 서비스를 제공하며, 최근 일평균 이용 건수가 꾸준히 늘고 있다. 입소문이 나면서 한주에 1~2건 이용하던 DTM은 하루에 1~2건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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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측은 지난 2020년 2월 ‘블록체인 기반 CRYPTO ATM & POS’에 대해 규제샌드박스 신속처리를 요청했으며, 당시 법무부·기재부·금융위는 ‘규제 없음’ 또는 ‘가상통화는 화폐나 금융투자상품이 아니다’라는 판단을 내렸다. 이에 따라 별도 허가 없이도 사업이 가능하다는 회신을 받았다.
이후 2023년 11월에는 ‘AI 안면인식 기반 비대면 실명인증 서비스’로 과기정통부 임시허가를 받았지만, 여전히 가상자산 사업화의 길은 열리지 않고 있다. 국회에선 디지털자산 기본법이 발의됐지만 아직 입법이 완료되지 않아 명확한 기준도 마련되지 못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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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국내에선 규제 적용을 두고 우왕좌왕하지만 해외에서는 코인 ATM이 빠르게 보급되고 있다. ‘코인ATM레이더닷컴’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67개국에서 3만 8,879대의 코인 ATM이 운영 중이다. 이에 비해 다윈KS의 DTM은 단순한 입출금 기능을 넘어 외국환 금융 서비스 기능과 전 세계 여권 위변조 판별, 거래 정보의 정부 보고 기능까지 갖추고 있다. 여기에 AI 안면인식 기반의 본인확인(KYC) 기술을 결합해 신속하고 안전한 인증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이종명 다윈KS 대표는 “불법으로 오해받아 협박 전화를 받거나 관세청 감사를 받은 적도 있다”며 “현행 외환관리법을 최대한 준용해 운영하고 있으며, 금융위가 요구하는 비대면 본인 인증 기준도 충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향후 제도권 안에서 서비스가 확산되면 신원 확인을 보다 철저히 할 수 있고, 금융당국과의 연계를 통해 통화정책 관리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다윈KS와 같은 기업들이 제도권 안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법제화를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성곤 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 교수는 “회색지대에 있는 사업자들은 투자 유치가 어려워 자본 조달에 한계가 있다”며 “디지털자산 기본법과 관련 규정 정비를 통해 국내 생태계 활성화와 해외 진출 기반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