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건설업계 드리운 먹구름…범양건영도 미수금에 발목

[마켓인]
범양건영, 업황 악화로 현금흐름·창출력 둔화
3분기 영업활동현금흐름 204억 순유출 기록
지속된 적자에 결손금 증가…차입 부담도 확대
유동성은 경직됐는데 차입금 대부분은 단기
  • 등록 2024-11-28 오후 6:14:38

    수정 2024-11-28 오후 6:14:38

[이데일리 마켓in 이건엄 기자] 부산 지역에 기반을 둔 범양건영(002410)이 운전자본 확대로 현금흐름이 크게 둔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미수금이 대폭 증가한 영향으로 매출채권이 9개월 만에 10배 가까이 늘었고 현금흐름을 경직시켰다는 분석이다. 최근 부산 지역을 중심으로 건설사 도산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만큼 범양건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범양건영이 분양한 구미 송정 범양레우스 센트럴포레 조감도. (사진=범양건영)
◇ 공사미수금 증가에 운전자본 부담 확대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범양건영의 올해 3분기 영업활동현금흐름은 마이너스(-) 104억원으로 순유출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31억원 대비 유출 규모가 235.5% 확대된 수치다. 영업활동현금흐름은 제품 생산과 판매 과정에서 발생한 현금흐름을 뜻한다.

범양건영의 영업활동현금흐름이 악화한 것은 공사미수금 증가에 따른 매출채권 확대 영향이 크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각 사업장에서 발생한 공사미수금에 현금이 그대로 묶이면서 현금흐름 악화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실제 범양건영의 올해 3분기 말 연결 기준 순운전자본(매출채권+재고자산-매입채무) 규모는 261억원으로 전년 말 124억원 대비 110.5% 증가했다. 순운전자본은 1년간 기업을 운영하기 위해 소요되는 자본으로 값이 클수록 영업활동에 묶여 있는 자금이 크다고 볼 수 있다.

세부적으로 보면 공사미수금을 포함한 매출채권이 29억원에서 260억원으로 10배 가까이 증가했다. 연환산매출로 계산한 매출채권 회전율도 같은 기간 19.6회에서 7.8회로 11.8회 하락했다. 매출채권회전일수는 18.6일에서 46.5일로 28일 증가했다. 즉 지난해 4주면 충분했던 매출채권 회수 기간이 올해 3분기 말에는 한 달 반 이상 소요된 셈이다.

매출채권 회전율이 매출채권의 현금화까지 걸리는 시간을 나타내는 지표라는 점을 고려하면 회전율이 낮을수록 재무 건전성이 악화할 가능성이 높다. 매출채권의 매출 전환이 늦어질 수로 회수 가능성 역시 낮아져 현금흐름에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문제는 범양건영이 현금을 전혀 창출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수익을 전혀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현금흐름 둔화 폭이 커질 경우 심각한 유동성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범양건영의 올해 3분기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마이너스(-) 205억원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마이너스(-) 4억원 대비 50배 이상 적자 폭이 확대된 수치다. 매출원가(977억원)가 매출(850억원)을 상회하면서 수익은커녕 영업활동을 하면 할수록 손해만 보는 상황인 셈이다. 지난해 말까지만 하더라도 범양건영의 매출원가율은 91.7%로 타 건설사들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이는 재무부담이 상당한 범양건영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현금흐름과 현금창출력 둔화로 차입금의존도가 높아져 금융비용 상승을 유발하고, 금융비용이 수익성을 훼손하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졌다는 평가다.

실제 범양건영의 올해 3분기 말 기준 차입금(단기+장기) 규모는 870억원으로 전년 말 734억원 대비 18.5% 증가했다. 총 자산 대비 차입금 비율을 뜻하는 차입금의존도도 같은 기간 38.1%에서 42.7%로 4.7%p 상승했다. 이는 적정 차입금의존도인 30%를 10%p 이상 상회하는 수치다.

건설현장 전경. (사진=이데일리)
◇ 차입금 99% 만기 1년도 안 남아

특히 차입구조도 대부분이 만기가 1년 미만의 단기차입금 중심으로 구성돼 있어 우려가 높다. 범양건영의 올해 3분기 말 기준 단기차입금비중은 98.5%(857억원)로 전년 말 94.8%(696억원) 대비 3.7%p 상승했다.

즉 범양건영의 차입금을 100억원으로 가정했을 때 약 99억원의 차입금 만기가 1년 안에 도래하는 셈이다. 범양건영의 유동비율이 50%대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만기 대응력이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범양건영의 현금성자산은 3분기 말 기준 8억원에 불과하다.

더욱 문제는 범양건영이 지속된 적자로 쌓인 결손금 탓에 차입금 부담이 더욱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범양건영의 올해 3분기 말 기준 자본총계는 381억원으로 전년 말 621억원 대비 38.6% 줄었다. 지난해 말 3억원이었던 이익잉여금이 올해 3분기 말 237억원의 결손금으로 바뀌면서 자본 총계가 크게 줄어든 것이다.

이 영향으로 총 자본 대비 순차입금 비중을 나타내는 순차입금 비율은 117.9%에서 226.2%로 108.4%p 상승했다. 이는 적정기준인 20%를 10배 이상 상회하는 수치로 범양건영의 차입금 부담이 과중하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한편 범양건영은 최근 건설사 줄도산으로 우려가 커지고 있는 부산 지역에 기반을 두고 있다. 부산에서는 최근 지역 내 시공능력평가 7위인 신태양건설이 자금난을 견디지 못하고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상반기에도 남흥건설과 익수종합건설이 이달 초와 지난달 말 각각 부도 처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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