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세계적인 코코아 공급난이 점차 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남미 지역의 수확량이 늘어나고 글로벌 수요가 줄면서 10월부터 시작되는 2025~2026년 시즌에는 생산량이 소비량을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 | 코트디부아르 신프라의 한 농장에 코코아 열매가 놓여 있다.(사진=로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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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버그통신은 13명의 애널리스트와 거래전문가들의 평균 예상치를 토대로 내달 시작되는 2025~2026년 시즌의 생산량이 소비량을 약 18만6000톤(t) 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는 현재(2024~2025년) 시즌의 공급량보다 두 배 이상 웃도는 양이다.
최근 수년간 서아프리카의 연이은 흉작으로 글로벌 재고가 급감하면서 미국 뉴욕 코코아 선물 가격은 3년 동안 4배 이상 뛰며 지난해 12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로 인해 초콜릿 가격이 급등했다가, 올해 들어 소비 위축과 조리법 변경 등의 영향으로 가격은 약 40% 하락했다.
남미 지역에서 코코아 재배가 급증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가나와 코트디부아르 등 최대 생산국들은 정부가 고정된 농가 수매가를 유지해 농가의 이익 확대가 제한된 반면 자유 시장 체제를 갖춘 남미는 가격 급등을 계기로 재배를 늘렸다. 에콰도르는 내년 생산량이 약 5% 증가해 58만t에 달할 것으로 예측됐다. 페루, 콜롬비아, 베네수엘라도 수확 개선으로 남미 전체 생산이 최대 10만t 늘어날 전망이다.
수요 둔화와 대체재 사용도 가격이 내려간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코코아 가격 강세에 초콜릿 업체들이 제품 가격을 올리면서 소비자들이 구매를 줄이고, 일부 제조사들은 원가 절감을 위해 코코아 대체재 사용을 확대하고 있다. 유럽·아시아·북미의 코코아 가공량은 2분기에 감소했으며 다음 분기에도 추가 감소가 예상된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전했다.
다만 세계 최대 산지인 서아프리카는 여전히 기후 불안, 노후화된 나무, 병충해 확산 등으로 생산 회복이 지연되고 있다. 가나와 코트디부아르의 생산량은 현재 시즌과 비슷한 약 180만t 수준에 머물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7~8월에 걸쳐 가장 혹독한 건조가 지속된 후 비가 다시 내리면 토양 수분이 증가하기 때문에 기상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남미 지역에서 카카오 재배가 늘어나면서 가격 상승세가 제한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오란 반 도르트 라보뱅크의 애널리스트는 지난주 유럽 코코아포럼에서 “단기 및 중기적으로 코코아 가격이 하락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