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미영 기자]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이틀째인 25일에도 자료제출 논란으로 얼룩졌다. 야당은 김 후보자가 재산형성과정 의혹을 검증할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며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 규명을 위한 특검’ 필요성까지 주장했다. 김 후보자는 “6억원 장롱설로 ‘제2의 논두렁 시계 프레임’을 만들었다”며 반격했다. ‘최적임자’라는 여당과 ‘무자격 총리 후보’라는 야당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은 무산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날 청문회는 야당의 성토로 시작됐다. 국회 인사청문특위 야당 간사인 배준영 국민의힘 의원은 “(칭화대 석사 과정 동안의) 중국 출입 기록, 칭화대 성적표, 처가 지원에 대한 증여세 납부내역 그리고 2004년 대출 1억 8000만원 관련 상환 자료, 올해 대출 및 상환 1억 5000만원에 대한 자료 등 어떤 자료도 받지 못했다”고 했다. 배 의원은 “그래서 후보자가 무자료 총리란 얘기를 듣는 것”이라며 “정부 예산과 국가 부채에 대한 무지와 무관심도 드러난 무자격 총리”라고 비난했다.
이에 김 후보자는 “어제 말씀드린대로 필요하고, 할 수 있는 부분은 제공하겠다”고 답했다. 그러나 오후까지도 자료제출이 이뤄지지 않자 야당의 분노가 폭발했다. 배 의원은 “오후 3시인데 우리가 요구한 자료가 한 건도 들어오지 않았다”며 “인사청문회와 국민을 무시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총리 후보자 얘기 중 우리가 제기한 ‘결격사유 10가지’에서 어느 한가지도 소명된 게 없다”며 “참을 만큼 참았다. 스무고개하듯 김 후보자 입만 보고 이 회의를 계속해야 하느냐”고 ‘특단의 조치’를 언급했다. 자료제출 거부 시 청문회장을 박차고 나가겠단 파행 예고였다.
중국 출입국 기록, 칭화대 석사 성적표 등이 제출되면서 청문회는 이어졌지만, 김 후보자는 전날에 이어 이날도 지출보다 많은 6억원의 재산증식 과정 등에 집요한 검증을 펴는 야당에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김 후보자는 “결론적으로 저는 내야 할 것은 다 내고 털릴 것은 털렸다고 생각한다”며 “한 해에 6억원을 모아 장롱에 쌓아 놨다고 볼 수 없는 게 명백한데 ‘제2의 논두렁 시계’라 할 수 있는 프레임을 만들어 계속 지적한다”고 비판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최근 5년간 2번의 경조사와 2번의 출판기념회, 배우자가 처가로부터 지원받은 2억원으로 ‘6억원 증식 의혹’ 등이 모두 소명됐다며 이날도 김 후보자를 엄호했다. 야당엔 “무책임한 의혹 제기로 국정 발목잡기를 하고 있다”며 강공을 펴기도 했다.
‘도돌이표’처럼 자료제출 공방만 이어지면서 이틀 동안의 청문회는 ‘맹탕’이었다는 혹평이 나오고 있다. 여야는 청문회 후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채택해야 하지만 ‘적격성’ 여부를 놓고 대립하고 있어 채택 불발될 공산이 크다. 앞선 정세균·김부겸·한덕수 전 총리처럼 청문보고서 없이 본회의에 임명동의안이 상정될 것으로 보인다. 본회의는 빠르면 27일 혹은 30일, 늦으면 임시국회 마지막 날인 7월 4일에 열려 국회 과반인 민주당의 단독 처리로 김 후보자 인준안이 처리될 전망이다.
 |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사진=노진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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