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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죄가 되려면 의심의 여지가 있어선 안됩니다. 만약 ‘진짜 모를 수도 있었겠는데?’라는 생각이 조금이라도 든다면 무죄로 판단하시면 됩니다. (A씨 변호인)”
지난 24일 오전 11시,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올해 첫 서울중앙지법 국민참여재판이 열렸다. 피고인은 보이스피싱 사건에 연루돼 현금 인출책 역할을 했다는 혐의로 기소된 30대 여성 A씨였다. A씨는 자신의 행동이 ‘보이스피싱 범행인 줄 몰랐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배심원 평결 결과와 일치한 징역 1년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날도 재판부와 검사, 변호인 모두 배심원이 이해할 수 있도록 쉬운 말로 풀어 설명하려는 노력이 돋보였다. 이날 국민참여재판에 참여해 모의로 배심원 역할을 하는 그림자 배심원으로 참여한 대학생 맹양섭(25)씨는 “재판이 길어진 것 외엔 큰 어려움은 없었다”며 “검사의 설명을 듣고 처음으로 피해자의 입장에서 생각해볼 수 있었다”고 했다. ‘쉬운 언어’가 국민참여재판의 성패를 좌우한다는 점을 확인한 현장이었다.
일반 재판에서는 종종 어려운 법률 용어나 재판 진행 방식이 정작 재판 당사자를 소외시킨다는 인상을 줄 때가 있다. 장애인이나 노약자 등이 재판 당사자일수록 이런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국민참여재판뿐 아니라 일반 재판에서도 ‘쉬운 말’이 절실한 이유다.
그러나 그림자 배심원까지 약 25명에 이르는 시민들은 중간중간 필기를 하며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관심있는 주제라서 경험해보려고 왔다’는 시민들과 외국인도 있었다. 이들을 위해 사법이 시민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려면 일반 재판에서는 쉬운 말이, 국민참여재판에서는 배심원들의 참여가 용이한 구조가 갖춰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