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산불' 역대급 피해목, 모두 땔감으로?

3월 영남권 산불로 10.4만㏊ 산림 잿더미…피해목도 역대급
산불피해목의 효율적 이용방안에 대해 부처·업계간 이견 커
건설·가구업계 “건설·가구 자재로” VS 발전사업자 “연료로”
산림청·환경단체 “탄소중립 달성 및 재난·환경 교육용 활용”
  • 등록 2025-04-30 오후 2:26:35

    수정 2025-04-30 오후 7:18:28

[대전=이데일리 박진환 기자] 지난 3월 경북과 경남, 울산 등 영남권에서 발생한 초대형 산불로 피해를 입은 목재의 활용 방안을 놓고 부처와 업계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산림청과 목재업·건설업계 등은 피해목을 가구·건설자재 등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산업통상자원부와 발전사업자 등은 바이오매스 연료로 사용하자는 주장이다.

2025년 3월 25일 경북 의성군 비안면 산제리에서 산불재난특수진화대 대원들이 산불을 진화하고 있다. (사진=산림청 제공)
산림청에 따르면 지난 3월 21~30일 열흘간 경북과 경남, 울산 등 영남권에서 이어진 산불로 10만 4000㏊의 산림이 피해를 입었다. 이는 대한민국 전체 산불피해 면적을 상회하는 수준이다. 역대 최악의 산불로 기록된 만큼 피해목 발생도 역대급이다.

이에 산림청은 지난 22일 영남권 산불 피해목의 효율적인 이용방안 마련을 위한 간담회를 열고 각 업계를 대상으로 피해목 수요 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 산업계가 요구한 피해목 이용 수요는 모두 240만㎥로 건축용 구조용 제재목 1만 1600㎥, 구조용 집성재 4만 1300㎥, 보드류 50만t, 연료용 칩 84만t, 연료용 100만 5000t 등으로 집계됐다.

간담회에서 전문가들은 “산불 피해목 중 고부가가치로 이용 가능한 목재는 건축용 등으로 우선 사용하고 보드·연료용 등 단계적으로 피해목을 활용하기 위한 방안이 합리적”이라는 의견을 개진했다.

그러나 현행 제도적 맹점과 시장 논리를 고려하면 산불 피해목 대부분이 땔감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현행 신재생에너지 정책의 모순 때문이다.

정부는 2012년 총 발전량의 일정 비율 이상을 신·재생에너지 전력으로 의무 공급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Renewable Porrtfolio Standard, RPS)’를 도입했다.

500㎿ 이상의 설비를 운용하는 대형 발전사들은 의무적으로 재생에너지를 일정량 공급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발전사의 의무공급비율은 2%였으며 매년 확대되면서 지난해 13.5%에 달한다.

이 과정에서 발전사들은 신재생에너지를 생산하거나 인증서 거래 시장에서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newable Energy Certificates, REC)를 구매해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대형 발전사들은 태양광이나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를 생산해 이 비율을 맞춰야 하지만 단기간에 이를 맞추기 위해서는 미이용 산림바이오매스를 구매, 소각하는 방법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다.

한 전문가는 “바이오매스는 발전단가가 높기 때문에 REC 가중치를 더 많이 받고 있다”며 “미이용 바이오매스를 구매, 발전소에서 소각하는 것이 단기간에 신재생 의무공급비율을 맞추기 위한 가장 좋은 수단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미이용 산림바이오매스는 원목 부산물 등 극히 제한적으로 공급되고 있어 산불 피해목은 발전사업자들이 많은 규모를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인기 아이템이다.

환경 관련 전문가들도 “미이용 산림바이오매스의 REC 가중치 제도로 시장 불균형이 일어나고 있다”며 “산불 피해목을 건설 자재나 가구 등으로 사용해 탄소중립을 달성하고 산불에 대한 경각심 및 숲의 소중함을 알려줄 수 있는 사회적 공공재로 활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산림청 관계자는 “산불 피해목을 자원으로 활용, 가치 있게 쓰일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하려고 한다”며 “산불 피해목의 일시적 저장·보관을 위한 목재저장센터 건립을 비롯해 원목생산·목재산업계간 의견 수렴 등 탄소중립에 기여하기 위해 산불 피해목을 단계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여건 조성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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