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윤화 김경은 기자] 내년도 최저임금 법정 심의기한이 다가오는 가운데 경영계가 최저임금 결정기준과 기업의 지불능력을 감안할 때 동결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소득분배 효과가 미미하고 숙박·음식점업의 최저임금이 해당 업종 중위임금(근로자 임금을 높은 순으로 나열했을 때 중간 값)의 80%를 넘는 등 일부 업종에서는 현재 최저임금 수준도 감당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 지난 1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할 최저임금위원회 6차 전원회의가 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최저임금위원회 사용자위원들이 지난 19일 최저임금위원회 제6차 전원회의에서 법에 예시된 최저임금 결정기준과 임금 결정 시 중요한 기업 지불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해 내년 최저임금 최초안을 동결로 제시했다고 25일 밝혔다.
앞서 사용자위원 측은 지난 최임위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을 1만30원으로 동결했고, 노동계는 올해보다 14.7% 높인 1만1500원으로 제시한 바 있다. 노동계는 고물가·저성장 국면에서 실질임금 회복이 절실하다고 주장하는 반면 경영계는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인건비 부담을 근거로 동결을 주장하고 있다.
경총은 최저임금법상 예시된 네 가지 결정 기준인 △유사근로자 임금 △노동생산성 △근로자 생계비 △소득분배 상황 외에 핵심 변수로 ‘기업 지불능력’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제시했다. 최저임금 인상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경영위기를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경총 관계자는 “중소·영세기업과 소상공인 지불능력이 이미 한계 상황에 직면했고 최근 복합위기 상황이 지속되면서 이들의 경영 여건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며 “내년 최저임금 결정 시 이를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총에 따르면 최근 중소기업의 60.5%는 금융비용도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소상공인 월 평균 영업이익은 208만 8000원에 불과하다.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이 1%를 밑도는 저성장 국면에서 최저임금 추가 인상은 기업 생존을 위협할 수 있다는 것이다.
 |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
|
또 경총은 유사근로자 임금 측면에서 현재 최저임금이 중위임금의 63.4%에 달하며 이는 G7 평균(50.1%)을 웃돈다고 짚었다. 특히 숙박·음식점업은 업종 중위임금의 80%를 넘는 수준으로, 중소·영세사업장 중심의 해당 업종은 최저임금 수용에 이미 한계에 도달했다는 것이다.
최저임금이 인상될수록 정규·비정규직의 근로시간 격차가 확대돼 오히려 비정규직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파이터치연구원은 이날 최저임금 14.7% 인상 시 정규·비정규직 월 근로시간 격차는 16.9시간, 연간 기준으로는 203시간 확대될 것이란 추정을 내놨다.
루카스 모형을 기반으로 최저임금과 정규·비정규직의 근로시간을 반영한 일반균형모형을 활용해 조사한 결과 최저임금 1% 인상 시 정규·비정규직의 월 근로시간 격차는 2.04%(1.15시간) 확대된다. 구체적으로 정규직의 월 근로시간은 0.02%(0.03시간) 줄고 비정규직의 월 근로시간은 1.12%(1.19시간) 감소한다. 실제로 최저임금은 2007년 3480원에서 2024년 9860원으로 2.8배 증가했다. 정규·비정규직의 월 근로시간 격차는 같은 기간 21.8시간에서 56.4시간으로 2.6배 확대됐다.
박성복 연구실장은 “최저임금 인상률 상한을 경제성장률에 두고 그 범위 내에서 인상률을 결정하는 방식으로 변경해 최저임금 인상을 최대한 억제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