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혜선 기자] 경기도 안양 소재 한 고등학교에서 일부 학생이 여성 혐오적인 표현을 담은 손팻말을 들고 사진을 찍어 논란이 된 가운데 해당 학교 교장은 “인권 감수성 부족의 문제를 드러낸 사례”라며 사과했다.
 | 지난 16일 경기 안양 소재 A고등학교 체육대회 중 학생들이 든 손피켓. (사진=SNS 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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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안양 소재 A고등학교 교장은 공식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게시하고 “체육대회 행사 중 일부 재학생이 부적절한 문구가 담긴 피켓을 들고 촬영한 사진이 SNS에 게시된 사건으로 인해 많은 분들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앞서 A고등학교에서는 지난 16일 열린 체육대회 행사 중 학생들이 ‘여자 목소리는 80데시벨이 넘어선 안 된다’, ‘여자는 남자 말에 말대꾸하지 않는다’라는 등 손팻말을 들어 논란이 됐다. 이 사진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빠르게 확산됐고, 손팻말을 든 학생들의 신상 털이로 이어졌다.
실제로 안양시 내 민원 건수도 최근 폭증했다. 최근 안양시 민원 건수는 일일 400~500건 사이로 접수되다가 ‘손팻말 논란’이 불거진 이후 최대 800여 건으로 늘었다. 지난 18일에는 민원 526건, 19일 636건, 20일 838건으로 증가했다. 대략적인 민원 내용을 추정할 수 있는 ‘민원 키워드’상에는 ‘경기 안양’, ‘여성혐오적 콘텐츠’, ‘인권 교육’, ‘피켓 문구’, ‘여성혐오적 피켓’ 등이 올라왔다.
 | 22일 안양시 민원 키워드 클라우드. (사진=국민권익위 한눈에보는민원빅데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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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밖에 안양시의회 자유게시판에도 ‘A고 학생들에 징계를 바란다’는 내용의 의견이 수십여 건 게시됐다.
결국 A고등학교은 교장 명의의 사과문을 게시하고 해당 학생들에 인권 감수성 교육을 실시하겠다고 전했다. A고 교장은 “이번 사안을 성차별적 인식이 드러난 중대한 사안으로 엄중히 인식하고 있으며 축소나 은폐 없이 교육적 관점에서 공정하고 투명하게 처리할 것을 약속드린다”며 “관련 학생들에 대한 선도 처분 여부는 학교 규정에 따라 생활교육위원회를 통해 신중하게 결정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또 “학교는 모든 학생들이 타인의 권리를 존중하고 성숙한 시민의식과 인권 감수성을 기를 수 있도록 교육적 대응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사안 처리 과정에서 학생 인권이 침해되거나 부당한 심리적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세심히 지도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