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시크에 따르면 이 회사의 추론 모델인 ‘R1’의 성능은 오픈AI가 작년 9월 출시한 ‘o1’을 능가한다. 더 큰 충격은 딥시크가 지난해 말 공개한 ‘V3’ 개발 비용 557만 6000달러. 오픈AI의 ‘GPT-4’ 개발 추정 비용(약 1억달러)의 18분의 1에 불과했다. 딥시크는 심지어 중국이 미국의 반도체 수출 제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챗GPT 출시 후 1년 이상 지난 뒤에야 설립된 곳이다. 어떻게 이러한 일이 가능했는지 그 비결에 대해 다양한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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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정부 전폭적 지원에…14억 인구 자체가 경쟁력
미국과 비교했을 때 중국 AI 개발의 최대 강점은 오픈소스 중심의 AI 생태계다. 오픈소스는 무료로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공개된 기술을 뜻한다. 딥시크 역시 혁신적인 기술 등을 모두 오픈소스로 배포하고 있다. 이는 중국이 AI 주도권을 잡았을 때 전 세계 AI 생태계가 딥시크를 중심으로 구축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중국만 놓고 보면 딥시크를 대체할 수 있는 기업은 물론, 딥시크를 넘어서는 기업이 언제든지 나타날 수 있음을 뜻한다.
뉴욕타임스(NYT)는 “오픈소스는 중국의 AI 개발이 매우 빠르게 발전한 핵심적인 배경”이라고 진단했다. 다른 외신들도 “중국엔 이미 수천, 수만개의 AI 기업들이 있다. 딥시크는 그 중 하나일 뿐”이라고 짚었다.
보조금도 빼놓을 수 없다. 정확한 금액 등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미국과 경쟁이 본격화한 지난해부터 지원 규모가 강화하는 추세다. 지난해 상반기부터 중국 17개 대도시에서 시행된 바우처 지급이 대표 사례다. 이는 데이터센터에서 대규모언어모델(LLM)을 훈련시키거나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컴퓨팅 자원을 확보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데이터센터 이용에 따른 에너지 비용도 미국의 3분의 1에 그친다.
인구가 많다는 것은 AI 인재풀이 두텁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중국은 그동안 정부 주도로 해외 인재 유치에 집중했지만, 최근엔 중국 취업난과 맞물려 AI 전공으로 학생들이 몰리고 있다. 제2·제3의 량원펑이 나올 수 있는 인재 자립도 머지 않았음을 시사한다.
산학 연계 생태계도 자연스럽게 조성되고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연구·개발(R&D)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 세계 3대 AI 학회에서 채택된 논문의 저자 수 순위를 자체 집계한 결과 중국 기업·대학은 31곳으로 미국(37곳)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美제재가 中혁신 촉진…똘똘 뭉친 정부·업계
미국의 제재도 혁신의 밑거름이 됐다는 분석이다. 미국은 2022년 당시 최고 성능 AI 반도체였던 엔비디아 H100의 중국 수출을 제한했다. 이듬해인 2023년엔 엔비디아가 H100의 성능을 낮춰 중국 수출용으로 만든 H800까지 막았다. 이는 한정된 자원으로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고민으로 이어지면서 중국 AI 기업들의 창의력과 효율성을 키웠다. 가장 최근의 결과가 딥시크인 셈이다.
아울러 미국의 제재는 중국 정부를 비롯해 반도체 및 AI 업계까지 똘똘 뭉치게 만들었다.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트댄스 등 중국 빅테크들은 미국의 수출 통제가 이뤄지기 전까지 H800을 최대한 긁어모았고, 이후 AI 기업들에 대여해주며 개발을 지원했다. 딥시크 역시 H800을 시간당 2달러에 대여해 사용했다.
아울러 화웨이를 중심으로 자체 AI 반도체 개발 등 기술 자립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딥시크의 AI 개발에도 화웨이의 어센드(Ascend) 910B 칩이 대거 사용됐다. 정부와 업계를 아우르는 협력 체계는 중국의 가장 강력한 무기인 오픈소스 중심의 AI 생태계 구축으로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