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兆 단위 투자 1호 LGD…中 OLED 추격 따돌린다(종합)

[이데일리 김응열 기자] LG디스플레이(034220)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시장에서 중국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 1조원을 웃도는 조(兆) 단위 투자에 나섰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국내 기업 중 첫 조 단위 투자다. 반도체와 배터리뿐 아니라 디스플레이까지 중국이 영향력을 키우는 상황에서 OLED만큼은 내줄 수 없다는 절박함이 깔려 있다. 지난해 4분기와 올해 1분기 연달아 흑자를 내며 실적을 개선한 점도 투자 자신감을 키웠다.

LG디스플레이 파주사업장. (사진=LG디스플레이)

OLED 신기술 인프라 구축에 1.2兆 투자

LG디스플레이는 17일 이사회를 열고 OLED 신기술 개발 및 제품 생산을 위해 1조2600억원을 투자하기로 의결했다. 1조 2600억원 중 7000억원은 파주 사업장에 있는 OLED 신기술 설비 투자에 투입한다. 나머지 5600억원은 베트남 OLED 모듈 공장에 쓴다.

구체적으로는 OLED 신기술 적용을 위한 설비 등에 자금을 투입한다. 차세대 프리미엄 OLED 기술을 적용한 패널과 모듈 인프라 구축에 집중한다. 투자 기간은 이날부터 오는 2027년 6월 30일까지 약 2년이다.

이번 투자는 중장기 시설투자비용(CAPEX) 계획의 일환이다. 이번 투자와 별개로 재무구조 개선 노력은 지속할 예정이다. 미래 성장을 위한 동력과 수익성 강화를 동시에 확보할 계획이다.

LG디스플레이는 이번 투자에 따라 정부 보조금도 받을 전망이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9월 중국 광저우 대형 액정표시장치(LCD) 공장 지분을 중국 디스플레이 기업 CSOT에 양도하는 계약을 맺고, 매각 대금은 국내 OLED 투자에 사용하기로 했다. 이에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국내 복귀 기업으로 선정된 것으로 전해진다.

해외에 진출했던 기업이 국내에 복귀하면 관련 법률에 따라 투자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국가 전략 기술 분야 업종은 국내 복귀 시 수도권 사업장당 최대 500억원(국비 200억원·지방비 300억원)까지 투자 보조금을 지급한다. 보조금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OLED 성장 속 중국 따돌릴 포석

LG디스플레이가 투자에 나선 건 전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점차 증가하는 OLED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 집계 결과 세계 LCD 시장은 789억4304만달러(약 112조원)에서 오는 2028년까지 연평균 약 1% 성장하는 데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OLED는 지난해 533억1057만달러(약 76조원)에서 2028년 686억7500만달러(약 100조원)로 연평균 약 5%씩 커질 전망이다.

LG디스플레이의 차량용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 솔루션. (사진=LG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는 신기술을 적용한 제품 개발로 빠르게 쫓아오는 중국을 따돌리겠다는 구상이다.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와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OLED 시장 점유율은 32.3%로 전년 25.7% 대비 6.6% 늘었다. 반면 한국 점유율은 73.6%에서 67.2%로 6.4% 감소했다. 한국의 점유율 대부분을 중국이 가져간 것이다.

중국 기업들은 정부 지원에 힘입어 이미 공격적인 투자를 진행하며 OLED 생산 확대에 매진하고 있다. 중국 1위 디스플레이 기업 BOE는 8.6세대 OLED 디스플레이 생산라인에 최근 공정 장비를 반입하기 시작했다. 이 공장에는 약 12조원이 투입된다. 중국 디스플레이 3위 비전옥스도 신규 OLED 생산라인을 구축하고 있다.

이번 투자 결정에는 실적이 점차 나아지고 있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4분기와 올해 1분기 각각 831억원, 335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고, 올해 연간으로도 6000억원 이상 흑자를 낼 것으로 추산된다.

LG디스플레이는 이번 투자로 중국에 맞설 경쟁력 확보뿐 아니라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규모 직접 설비 투자뿐 아니라 중소 협력업체와의 연계 효과로 간접적인 경제 효과 역시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정철동 LG디스플레이 사장은 “지난해 반전의 기반을 만들었다면 올해는 도약하는 해가 될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하겠다”며 “차별화 기술과 제품을 선제적으로 발굴해 고객가치를 제공할 것”이라고 했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