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지하 주차장 화재…‘세 아빠’는 주저없이 불길로 뛰어들었다

소방 도착 전 입주민 세 명이 화재 진압
“혼자였다면 두려움 느꼈을 것”
  • 등록 2024-09-05 오후 7:52:15

    수정 2024-09-05 오후 7:52:15

[이데일리 이로원 기자] 최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주차돼 있던 차량에서 또 화재가 발생한 가운데 이를 진압하러 달려간 입주민들의 모습이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달 31일 인천 계양구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가 발생하자 입주민 3명이 불을 끄기 위해 달려가고 있다. 사진=SNS 캡처
5일 소방당국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오후 7시 32분쯤 인천시 계양구 오류동의 한 아파트 지하 2층 주차장에 있던 SUV 차량에서 불이 났다. 당시 화재는 장비 20대와 인력 50여명을 투입한 소방 당국에 의해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진화됐다.

소방차가 출동하기 전 입주민들의 발 빠른 대응으로 큰 사고를 막을 수 있었다. 주인공은 김영훈(36), 채종화(44), 임재훈(39)씨다.

이들은 당시 아파트 임시 입주자대표회의를 위해 아파트 단지 내 관리사무소에 모여 있다가 카카오톡 단체방에 화재가 발생했다는 글을 보고 자리를 박차고 나와 소화기를 들고 화재 현장으로 달려갔다. 자칫 목숨이 위험할 수 있었지만 이들은 망설임 없이 차량을 향해 소화액을 분사했다.

초기에 불길은 쉽게 잡히지 않았다고 한다. 결국 인근에서 다른 소화기를 가져와 소화액을 재차 뿌렸다. 소화기 13개를 사용해 약 20분 정도 진화에 나섰고 이후 출동한 소방대원에게 현장을 넘길 수 있었다.

지난달 31일 인천 계양구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주차된 차량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사진=SNS 캡처
SNS를 통해 이들의 활약을 알린 글을 올린 A씨는 “화재가 발생한 차량이 있는 곳은 출입로에서부터 먼, 지하 2층 가장 안쪽에 있었다”며 “바로 옆이 비상계단이라 해도 불길이 번지면 유독가스의 통로가 될 수 있어 대피가 쉽지 않은 위험천만한 위치였다”고 했다. A씨는 “화재 소식 듣자마자 물불 안 가리고 본능적으로 쫓아갔다. 우리 아파트 세 영웅”이라고 했다.

세 사람은 모두 어린 자녀가 있는 가장이다. 김 씨와 임 씨는 화재진화 중 연기를 많이 흡입해 병원으로 실려 갔지만 검사 결과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라고 한다. 세상 용감한 아빠들이지만 이들은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혼자였다면 두려움을 느꼈을 것”이라며 서로에게 공을 돌렸다. 또 한목소리로 “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했다.

이번 화재는 지하 주차장에 세워둔 쉐보레 올란도(디젤) 차량에서 발생했다. 당시 화재 영상이 담긴 폐쇄회로(CC)TV를 보면 운행을 마친 차주 그랜저 옆에 주차 후 자리를 이동하는 모습이 담겼다. 이후 올란도 차량 보닛 하부에서 불꽃이 떨어지더니 불은 삽시간에 엔진룸 전체로 확산했다. 소방 당국은 현재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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