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셰일오일 개발업체인 다이아몬드백 에너지의 트래비스 스티스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주주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미국 원유 생산이 전환점에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올해 연간 설비 투자액을 34억~38억달러로 기존보다 4억달러 감축한다고 발표했다. 이 CEO의 발언은 향후 감산의 가능성을 시사한다. 다이아몬드백 에너지 CEO의 발언은 향후 셰일 오일 감산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코테라 에너지도 같은 달 미국 최대 셰일 생산지인 텍사스주 서부 등에 걸쳐 있는 퍼미안 분지에 대한 투자를 줄인다고 발표했다. 올 하반기 운영하는 시추공 수는 평균 7개로, 지난해 10개에서 3개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전역의 석유 시추공 가동률도 급감 추세다. 미국 석유 서비스 대기업 베이커 휴즈에 따르면 지난 6일 기준 가동 중인 석유 시추공 수는 442개로, 2021년 10월 이후 3년 8개월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최근까지 6주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드릴, 베이비, 드릴’(뚫어라 계속 뚫어라)을 외치며 석유와 가스 생산 확대를 촉구했지만, 현실은 거꾸로 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가 약세가 이어지면서 미국 기업들 입장에서는 경제성이 없는 증산이 부담이 되고 있어서다. 미국 댈러스 연방준비은행의 조사에 따르 셰일 기업들은 유가가 배럴당 평균 65달러는 돼야 손익분기점을 맞출 수 있다. 하지만 서부텍사스원유(WTI) 가격은 지난 10일 기준 배럴당 64달러대로 손익분기점보다 낮은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는 실정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회원국으로 구성된 ‘OPEC 플러스’가 3개월 연속 공급 확대를 결정한 것도 유가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감산 장기화로 시장 점유율이 하락한 OPEC 플러스는 원유 가격을 낮춰 미국 셰일 생산을 둔화시키려는 의도가 깔려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셰일 오일 생산 감소에 대한 기대감으로 유가 하방 지지선이 강화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로 WTI 가격이 급락하더라도 55달러 수준에서 하락세가 멈추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유키 쓰가노 일본종합연구소 연구원은 “미국 셰일오일 생산이 둔화될 것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50달러 이하로 떨어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유가 하락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통화 완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으며, 인플레이션 둔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 반면 셰일 기업들의 수익성 악화는 신용등급이 낮은 채권(정크본드)의 위험성을 높이고 금융시장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