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이데일리 서대웅 기자] 정부가 상여금 복구를 요구하며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한화오션(042660)(옛 대우조선해양) 조선소 하청 노동자들을 만나 하청 노사 교섭을 조속히 재개할 수 있도록 나서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원청인 한화오션이 기성금 부담을 늘리지 않으면 갈등 해결이 어렵다는 지적이 나왔다.
 | 지난 3월 18일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 소속회원들이 서울 중구 한화그룹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형수 금속노조 경남지부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장은 상여금 지급 및 협력사 상용직 고용 확대 등을 한화오션 측에 요구하면서 그룹 본사 앞 철탑에 올라 고공농성을 진행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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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노동계와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조충현 고용부 노사협력정책관은 이날 오전 김형수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장이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서울 중구 한화빌딩 앞에서 지회 관계자들을 만났다. 김 지회장이 지난달 15일 한화빌딩 앞 30m 높이의 폐쇄회로(CCTV) 철탑에 오른지 40일 만이다.
지회 관계자들은 조 국장에게 조선소 하청 노동자들의 고착화한 저임금 노동 실태, 임금체불 및 고용구조 등을 전하며 정부 역할을 촉구했다. 조 국장은 김 지회장의 건강을 위해 고공농성 중단을 권유하며 노동조합 요구를 사측에 전달해 갈등 해결을 위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지난 2월 말 중단된 하청 노사 간 임금교섭이 재개될 수 있도록 다리 역할을 하겠다고도 했다.
한화오션 하청 노동자들은 2024년도 임금교섭에서 상여금을 50% 이상으로 끌어 올려달라고 요구해왔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김 지회장이 고공농성에 나섰다. 옛 대우조선해양 시절 2016년까진 상여금을 550% 받았지만, 업계 불황이 닥친 이듬해부터 2022년까지 상여금은 제로(0)였고, 2023년 50%로 겨우 회복됐다.
기본급이 최저임금 수준인 데다 업황도 회복됐으니 상여금을 2016년 이전 규모는 아니더라도 2023년(50%)보단 높여달라는 게 노조 요구였다. 하지만 하청사들은 원청(한화오션)에서 기성금을 충분히 받지 못해 노조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맞섰다. 한화오션 조선소의 사내 하청 노동자들은 약 2만명으로 상여금 50%엔 75억원 정도가 필요하다. 정부가 하청 노사의 임금교섭 재개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지만, 한화오션이 기성금 부담을 늘리지 않으면 교섭이 완만히 진행되기 어려운 구조인 셈이다. 지회 관계자는 통화에서 “원청에서 기성금을 일방적으로 낮게 책정해 내리고 있다”고 했다.
하청 노동자들이 정규직 대신 일용직으로 일하도록 유도하는 한화오션 조선소 노동구조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조선소 사내 하청은 ‘본공’이라 불리는 1차 협력사의 상용직(정규직) 근로자, ‘물량팀’으로 불리는 2차 이하 재하청 일용직 근로자로 이어지는 구조다. 조선업이 호황과 불황을 반복하다 보니 사측은 상용직 임금을 줄이고 일용직 임금을 늘려왔다. 특히 물량팀은 시간급이 아닌 도급 단가로 일당이 주어져 당장 더 높은 돈을 받는 물량팀으로 옮기는 하청 노동자들이 많아졌다. 안정된 일자리를 스스로 차고 불안정한 일자리로 옮기도록 구조가 짜인 셈이다. 여기에 사측이 외국인 노동자를 늘리며 내국인 하청 노동자들은 외국인과 일자리 경쟁을 벌이고 있다.
고용부 고위 관계자는 “원청 및 하청 사측에 오늘 노조와 나눈 이야기와 노조 입장 및 요구 등을 전달하고, 갈등 해결을 위한 역할을 당부할 계획”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