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정현 기자] 지난해 한국 증시를 주도한 밸류업 테마가 상법개정이라는 새로운 모멘텀을 마주했다. 이사 충실의 의무 범위를 ‘주주’까지 확대한다는 내용의 상법개정안이 더불어민주당의 주도하에 국회 문턱을 통과할 가능성이 커지면서다. 증권가에서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가능성에 주목하면서도 남용에 따른 기업 펀더멘털 훼손을 막기 위한 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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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저 주가순자산비율(PBR) 중심의 주요 가치주를 추종하는 코리아 밸류업 지수는 올해 들어 7.87% 오르는데 그치며 9.62% 오른 코스피 지수나 13.45% 성장한 코스닥 대비 상승폭이 적었다. 지난해 가파른 상승세를 기록한 것과 달리 금융과 자동차 종목을 중심으로 외국인 투자자의 순매도가 이어지면서다. 올 초 상승장에 진입하면서 성장주 대비 밸류업 테마에 대한 투자 모멘텀이 다소 둔화된 양상이다.
기세가 꺾였으나 증권가에서는 최근 상법개정안의 국회 통과가 가시화된 만큼 밸류업 테마에 주목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관련 법안을 강행 처리하면서 오는 27일 본회의 통과가 유력시되는 상황이다.
논의되고 있는 상법개정안은 이사가 직무를 수행할 때 충실 의무를 다해야 하는 대상을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이다.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공평하게 대우해야 한다는 조항이 핵심으로 이를 통해 소액주주의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를 방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업이 배당과 자사주 매입 등 주주환원책을 적극적으로 활성화할 가능성이 크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상법개정안은 성장주보다 가치주에 우호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며 “성장 기업보다는 안정기에 도달했거나 현금성 자산 보유 비율이 높은 기업이 적극적인 주주환원책을 이어갈 여력이 있는 만큼 밸류, 배당 종목뿐만 아니라 퀄리티 종목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상법개정안은 주주친화적 경영을 유도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나 마냥 환영하기는 어렵다. 기업 경영진과 주주간의 이해상충을 심화시킬 수 있는데다 단기 이익을 추구하는 일부 행동주의 펀드가 기업의 의사결정에 과도하게 개입하게 된다면 펀더멘털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리스크가 있는 만큼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엄수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현행 상법은 주주의 이익을 보호하지 않는다는 부정적인 인식으로 외국 자본의 국내 유입을 저해하고 주식시장 활성화에도 걸림돌이 됐다”면서도 “상법개정안을 도입하되 남용을 방지할 수 있는 대책을 공고히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한 접근법”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