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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탈북어민들의 법적 지위에 대해 “헌법상 영토조항과 국적법에 따라 대한민국 국민”이라고 판단했다. 피고인들이 주장한 ‘잠재적 국민’ 또는 ‘전쟁포로’ 지위 주장은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특히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나포된 시점으로부터 불과 2일만에 북송을 결정하고 5일만에 이를 집행하는 등 신중한 법적 검토 없이 졸속으로 처리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탈북어민들의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했고, 유엔 고문방지협약 위반 가능성이 있었음에도 강행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행위가 위법하다”고 인정하면서도, △피해자들이 저지른 범죄(16명 살해)의 흉악성 △남북 분단 상황에서의 제도적 공백과 혼란 △피고인들의 전과 없음, 공직 헌신 경력 등을 참작해 선고를 유예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와 관련해 “피고인들에 대한 징역형을 선고하거나 집행유예를 선고하는 것보다는 형의 선고를 유예함으로 피고인들 행위의 위법성을 확인하면서 실제 불이익은 가하지 않게 하는 것이 현 단계에서는 합리적으로 내릴 수 있는 양형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재판 과정에서 당사자의 의사에 반해 이뤄진 송환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정 전 실장 등은 북송은 적법했으며, 위법성을 전제로 한 검찰 기소는 부당하다고 반박했다. 해당 사건은 국정원 직원들에 대한 증인 신문이 진행되면서 재판 과정이 대부분 비공개였지만, 이날 1심 선고는 공개로 진행됐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결심 공판에서 정 전 실장과 서 전 원장에게 각각 징역 5년을, 노 전 비서실장에게는 징역 4년, 김 전 장관에게는 징역 3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고위 공무원인 피고인들이 오로지 대북 관계 개선을 위해 탈북민에 대한 보호 의무를 저버리고 범행을 저질렀다”며 “탈북민들이 수차례 귀순 의사를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강제 북송을 지시했다”고 구형 이유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