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유럽연합(EU)의 외교·안보 정책을 총괄하는 카야 칼라스 고위대표가 23일(현지시간)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명하며 자제를 촉구했다.
 | 호르무즈 해협 개요(그래픽=이데일리 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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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외교장관회의에 앞서 칼라스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현재 중동에서의 보복성 대응과 긴장 확산 가능성에 깊은 우려를 갖고 있다”며 “특히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차단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며, 지역뿐 아니라 글로벌 차원에서도 치명적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앞서 이란 의회는 22일, 미국의 제재에 대한 대응 조치로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를 결의했다. 실제 시행 여부는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SNSC)가 결정한다.
세계 석유 및 천연가스 해상 운송량의 약 20%가 이 해협을 통과한다는 점에서, 국제 에너지 시장에 미칠 파장은 상당하다. 로이터통신은 해협이 막힐 경우 유가 급등과 공급망 혼란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보도했다.
같은 날 회의에 참석한 요한 바데풀 독일 외무장관은 “이란이 유럽과의 협상 채널을 열어두겠다는 태도는 긍정적이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며 “미국의 개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몇 주간 미국 측으로부터도 이란과의 소통을 유럽이 이어가달라는 요청을 반복적으로 받았다”며 “EU 역시 책임 있는 중재자 역할을 맡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과 EU 3개국(영국·프랑스·독일), 그리고 칼라스 대표는 지난 20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과 3시간 넘게 회동했지만, 이란의 핵 개발 문제에 대한 입장차를 좁히는 데는 실패했다.
당시 회담은 이란의 우라늄 농축 확대와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 제한 조치에 대한 서방의 우려가 팽팽하게 맞서며 교착 상태를 반복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제사회는 현재 이란 핵 합의(JCPOA)의 복원 가능성과 지역 안보 불안정성 사이에서 균형을 모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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