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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는 12일 제2차 도시계획위원회를 열고 토허제 조정안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조남준 서울시 도시공간본부장은 “대단지 아파트 단지 중 30여개 이상이 도래해 재건축 안전진단을 통과한 재건축 단지 가능성이 있는 지역 등을 제외하고 토허구역을 대부분 해제하는 방향으로 조정했다”고 밝혔다. 잠실·삼성·대치·청담동 인근 지역은 2020년 6월 23일 처음 토허제 구역으로 지정된 지 5년 만에 족쇄를 풀게 됐다.
토허제는 그간 끊임없이 실효성 논란을 불렀다. 해당 제도 자체가 땅 투기를 막고자 40여년 전인 1979년 도입된 제도다. 토허제 구역으로 지정되면 일정 크기 이상의 주택·상가·토지 등을 살 때 관할 시·군·구청장 허가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근래 집값이 급등하며 토허제는 토지가 아닌 아파트 거래를 막는 제도로 변질됐다. 현재 토허제의 가장 큰 효과는 전세를 끼고 주택을 매매하는 갭투자 방지에 있다. 토허 구역에서 아파트를 사면 2년간 실거주해야 하고, 상가·업무용 빌딩은 4년간 입주해야 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토허제의 실효성이다. 예를 들어 그간 강남을 중심으로 토허 구역을 지정하다 보니 인근 서초구로 투자 수요가 몰리며 집값을 들어 올리는 등 ‘풍선효과’가 나타났다. 여기에 토허구역 실거래 의무로 인해 전세 물량이 줄어, 전셋값을 단기간에 급등시키기도 했다.
더 큰 문제는 토허구역의 집값도 결국엔 올랐다는 것이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강남구 청담동의 경우 토허제 지정 전 1년(2019년 6월~2020년 5월) 상승률(8.34%)보다 지정 후 1년(2020년 6월~2021년 5월) 동안 상승률(8.81%)이 더 컸다. 대치동도 지정 전 1.14%였지만, 지정 이후 무려 7.11%가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지난해 서울시 주최로 연 토론회에서도 4년째 지속되고 있는 GBC 토허구역 내 잠삼대청 지역 집값 안정화 효과가 시행 2년 후 거의 사라졌다는 결과가 나왔다.
다만 서울시 GBC 인근 안전진단이 통과된 재건축 아파트 14곳은 재건축 추진 기대에 따른 매수 대기 유입 등 투기 과열 가능성이 있어 지정을 현행과 같이 유지하기로 했다. 또 압여목성 등 주요 재건축·재개발 구역과 투기과열지구 내 신통기획 14곳·공공재개발 34곳도 관리처분계획인가 이후 등 투기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되면 해제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서울시는 이번 해제를 통해 지역단위로 광범위하게 지정했던 토허구역을 선별적으로 핀셋 지정하게 돼 시민들의 재산권을 보호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이와 함께 토허구역 해제 기준과 시기를 조합설립인가로 확립, 그동안 미진했던 정비사업들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올 봄 이사철, 갭투자 수요 발현될 수도”
지정 해제로 일단 집값 상승은 불가피하다는 평가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강남권 랜드마크 등은 매도자 우위 시장이 되며 구입 대기수요 유입이나 집값 상승 휘발성은 있다고 봐야 할 것”이라며 “토허제 해제 지역은 거래량 증가와 가격 강세, 갭투자 수요 유입이 봄 이사철에 발현될 수 있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다만 이같은 집값 상승과 함께 갭투자 수요 유입 등 부작용은 크지 않을 것이란 게 전반적 분석이다. 이 위원은 “집값은 기본적으로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기 때문에 일부 상승이 나타나더라도 이를 토허구역 해제 부작용으로 간주하기는 불충분하다”며 “지난해부터의 대출축소 등 규제기조를 감안하면 당장의 큰 부정적 영향이나 큰 부작용은 없을 것”이라고 봤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 역시 “그간 눌려 있던 대기 수요가 있었기 때문에 가격을 올릴 수는 있다고 본다”며 “그러나 토허제 구역 해제 지역 중 재건축 단지는 전세가격이 원래 낮고 매매가격이 높기 때문에 갭투자가 많이 일어날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