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연말시한 앞두고 강대강 대치..말 이어 행동으로 확대

김영철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위원장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북한이 제시한 연말 협상시한을 앞두고 연일 주요 인사 명의의 담화를 쏟아내면서 자신들의 입장을 대외적으로 천명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론 군사도발 수위를 높여가며 미국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연일 북한에 대한 경고성 발언을 쏟아내더니 이번엔 유엔(UN) 안전보장이사회 카드를 꺼내들었다. 북미관계가 ‘말폭탄’이 오고가며 전쟁위기가 고조되던 2017년으로 회귀하는 분위기다.

북한은 9일 김영철 조선아시아태평양위원회 위원장과 리수용 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등 최고위급 인사 2명이 연달아 담화를 발표하며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말 조심할 것과 시간끌기 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김영철 위원장은 담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참을성을 잃은 늙은이”, “경솔하고 잘망스러운 늙은이”, “망녕든 늙다리” 등 한동안 자제해 왔던 인신공격성 표현을 사용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대해 ‘무력사용’을 언급하는가 하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로켓맨’이라고 지칭한 것에 대한 응수 차원에서 나온 것으로 분석된다. ‘늙다리’는 2017년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로켓맨’ 발언에 김정은 위원장이 성명을 내 ‘늙다리 미치광이(mentally deranged US dotard)’라고 맞대응할 때 사용한 표현이다.

리수용 부위원장은 “국무위원장은 상대방을 향해 야유적이며 자극적인 표현도 쓰지 않고 있다”며 “국무위원장의 심기를 점점 불편하게 할 수도 있는 트럼프의 막말이 중단돼야 할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북한이 지난 10월 스톡홀름 실무협상 결렬 이후 9일까지 미국을 향해 총 17번의 입장 발표를 했다. 또 북한은 단거리미사일 시험발사에 이어 스톡홀름 협상 직전인 지난 10월 2일에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시험발사하더니 최근에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엔진 시험을 강행하는 등 군사 도발 수위도 점차 높여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말폭탄’에 이어 실제 행동 카드를 꺼내 들었다.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북한의 최근 미사일 발사와 추가 도발 가능성을 이번 주 논의하자고 요청한 것이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9일(현지시간) “최근 한반도에서 있던 사건과 이달 5일 대통령과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대표들과의 만남을 고려해 국무부는 주유엔 미국 대표부에 이번 주 북한에 관한 유엔 안보리 논의를 제안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고 정치매체 더힐이 전했다.

2018년 이후 미국은 직접 북한 문제에 대해 안보리 안건으로 올리지 않고 유럽 국가들이 논의를 주도하는 모양새를 취해왔다. 하지만 이번엔 직접 안건으로 올리면서 북한에 대한 태도 변화를 나타낸 것이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미국이 안보리회의를 요청한 것은 혹시 모를 북한의 도발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공개적 경고이면서 중국, 러시아 등을 사전 제약하려는 의도도 있는 것”이라며 “안보리에서 중국과 러시아가 어떻게 나올지에 따라 북한의 새로운 길이 과연 무엇인지, 어떻게 전개될지를 예측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