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중소·중견기업, 이곳저곳 기웃거리지 마라.”
지난해 10월 기자가 쓴 기사 제목이다. 이 기사는 한 포럼에서 성재용 서울대 경영대 교수가 중소·중견기업이 사업계획을 수립할 때 유념해야 할 메시지로 밝힌 것을 정리한 것이다. “중소기업은 사업이 조금만 안 되면 기존 경쟁력을 강화할 생각보다 자꾸 다른 것을 시도하는데 인적 물적 자원이 부족한 중소기업은 기존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얘기였다.
대전의 지역빵집 성심담을 취재하면서 비슷한 생각을 많이 했다. 작은 기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자기다움을 더욱 갈고 닦아야 한다는 것이다. “프랜차이즈 하지 말아주세요”, “서울에 올라오지 않는 게 성공비결이다” 성심당 기사에서 흔히 보이는 댓글이다. 고객이 성심당에 기대하는 것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대전 직영점을 빼고 어디에서도 ‘튀김소보로’, ‘판타롱부추빵’, ‘딸기시루’를 먹을 수 없다는 데 성심당의 힘이 있다.
기업이 위기를 맞거나 성공을 맛보면 갈지자 행보를 보인다. 성심당도 예외는 아니었다. 1990년 중반 프랜차이즈 유행이 불자 임영진 대표의 동생은 형의 반대에도 성심당 가맹사업에 뛰어들었다가 실패한다. 성심당이 여러 좋은 제안에도 가맹 사업 전환을 하지 않은 것은 ‘유행 쫓기’ 위험성을 뼈저리게 느꼈기 때문이다.
지역성을 성공의 지렛대로 삼는 제2의 성심당이 나오려면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우선 가속화하는 지역소멸을 완화해야 한다. 지역소멸은 단기간에 흐름을 되돌리긴 쉽지 않지만 각 지역의 특색있는 기업이 생존할 수 있는 최소한의 지역 상권과 지역 경제는 유지돼야 한다. 또한 일정 요건을 만족하는 지역 기반의 우수 기업에는 임대료 감면 등의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 성심당도 지난해 대전역점 월세를 놓고 임대인인 코레일유통의 일률적인 규정 적용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기업의 생애주기에 따른 창업주 승계를 원활하게 할 수 있게 세제 지원도 절실하다. 기업상속공제 확대 및 요건 완화는 물론 그에 앞서 복잡한 지분 정리와 관련된 세법 문제를 조언해줄 전문가 컨설팅도 빼놓을 수 없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