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마켓in 허지은 기자] SK해운의 사업부 인수를 추진 중인 HMM(011200)을 둘러싸고 잡음이 늘고 있다. SK해운 사업부를 인수해 사업 다각화를 노릴 수 있지만, 동시에 HMM의 덩치를 키워 재매각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는 탓이다. HMM은 SK해운 사업부 인수를 중단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당초 예상보다 인수 작업이 지연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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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 대상은 SK해운의 LNG(액화천연가스)를 제외한 벌크·탱커·LPG(액화석유가스) 등 일부 사업부다. SK해운이 보유한 선대는 지난해 9월 기준 원유선 22척, LPG선 14척, 벌크선 10척 등이다. 이를 포함한 해당 사업부 가치는 2조원대로 거론된다.
통상 신규 사업 인수는 호재로 작용하지만, HMM의 경우 사정이 조금 복잡하다. 가장 큰 문제는 SK해운 사업부를 품은 HMM의 몸값이 20조원을 훌쩍 넘어설 수 있다는 점이다. 이날 기준 HMM 시가총액은 15조9000억원으로, 지난 3월 기록한 고점 기준으론 19조5000억원에 달한다. 이 경우 재매각을 추진해야 할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 입장에선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주가 부양시 추가 부담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HMM은 연매출의 85%를 컨테이너에 의존하고 있는데, SK해운 사업부 인수로 사업 다각화 기대감이 큰 상황이다. 업황 변동에 민감한 컨테이너 의존도를 줄이고 실적 변동성을 감소시킨다면 향후 주가에도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재매각 부담은 커지게 된다.
이에 따라 HMM의 재매각 난이도는 한층 높아졌지만, 채권단이 주식 전환을 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배임 이슈가 불거질 수도 있다. 산은의 경우 BIS 자기자본비율 조절을 위해서라도 주식 전환은 불가피했다. 이미 지난 2023년 하림-JKL파트너스 컨소시엄이 제시한 인수가(6조4000억원)의 2배를 넘긴 만큼 자산 규모가 큰 대기업 집단의 참전에 희망을 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IB업계 관계자는 “현재 HMM이 2023년 매각 당시보다 몸값이 커진 만큼 인수 문턱을 높이는 게 낫다는 판단을 할 수도 있다. 당시에도 대기업 집단의 불참이 매각 불발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있었는데, SK해운 사업부 인수로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성공한다면 원매자 찾기가 더 쉬워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