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FP PHOT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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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위해 핀란드 헬싱키에 도착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러시아와의 관계가 역대 최악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서 “러시아와의 관계가 이처럼 나빴던 적이 없었다. 지난 수년 동안 미국이 바보같고 어리석었던 탓”이라며 “그리고 지금은 부당하게 조작된 마녀사냥 때문에!”라고 적었다. 러시아와의 관계가 악화된 것이 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외교정책, 그리고 민주당의 ‘트럼프 대선 캠프-러시아 커넥션 및 이에 따른 러시아의 선거 개입’ 주장 때문이라고 책임을 돌린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오바마 대통령은 부도덕한(Crooked) 힐러리가 대선에서 이길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미국 연방수사국(FBI)으로부터 러시아의 대선 개입에 대한 보고를 받았을 때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며, 큰 문제가 아니라고 말했고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내가 선거에서 승리했을 때 이것(러시아의 대선 개입)은 (갑자기) 큰 문제거리가 됐고, 스트르조크 주도로 마녀사냥이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피터 스트르조크는 러시아 스캔들을 수사 중인 로버트 뮬러 특검에 소속됐던 FBI 수사관으로, 지난해 8월 불륜 관계인 FBI 변호사 리사 페이지와 2016년 대선 기간 370여건의 ‘반(反)트럼프’ 메시지를 주고받은 사실이 드러나 퇴출당했다.
이처럼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 스캔들’과 관련해 거듭 억울하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과 관련, 푸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것을 우려한 움직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푸틴 대통령이 비협조적으로 나올 것을 대비해 러시아와의 관계가 역대 최악이라는 점을 강조, 밑밥을 깔아두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과거부터 미국 정부가 정상회담 성과에 대한 비판을 줄이기 위해 기대치를 낮추려는 경향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참모진들은 회담에 앞서 다소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헬싱키에 도착한 직후 “내일 푸틴 대통령과의 만남을 고대하며 핀란드 헬싱키로 향하고 있다. 유감스럽게도 내가 정상회담에서 아무리 잘해도, 심지어 러시아가 지난 수년 간 해왔던 잘못과 악행에 대한 대가로 위대한 수도 모스크바를 받아온다 하더라도, 그것으로는 충분치 않고 상트페테르부르크도 추가로 받아왔어야 한다는 비난을 받게 될 것이다!”라고 비꼬았다. 이어 “우리 언론중 상당수가 국민들의 적이다. 민주당 인사들은 어떻게 해야 저항하고 방해할 수 있는지 안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에 증오와 불화가 존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도 이날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미러정상회담을 통해 “구체적인 결과물을 추구하고 있지는 않다”며 선을 그었다. 존 헌츠먼 러시아 주재 미국 대사 역시 NBC방송에 출연해 두 정상간의 만남이 “정상회담(summit)이 아니라 회합(meeting)”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현안을 자유롭게 논의하는 미팅일 뿐, 공동성명이 나오는 정상회담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