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성진 기자] 정기선 수석부회장이 이끄는 HD현대가 조선·해운·전력 사업 호실적에 힘입어 역대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분기 기준 1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은 2017년 지주사 체제 전환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사업재편과 맞물려 경영 전면에 나선 정 수석부회장 체제가 안정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29일 HD현대는 연결 기준 매출액 17조869억원, 영업이익 1조2864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3.5% 소폭 증가하는데 그쳤지만 영업이익은 무려 62.1% 대폭 늘어났다.
이번 호실적은 조선 부문이 이끌었다. 조선업 중간 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은 1분기 8592억원의 이익을 내며 계열사 중 가장 많은 이익을 냈다. 건조 물량이 늘어난 데다 고선가 선박의 매출을 늘리는 등 선별 수주 전략을 펼친 데 따른 결과다.
변압기 등 전력사업을 영위하는 HD현대일렉트릭이 그 뒤를 받쳤다. HD현대일렉트릭은 올해 전년 대비 69.4% 증가한 2182억원을 기록했다. 변압기 등 전력기기 시장은 세계적으로 ‘수퍼 사이클’(초호황기)에 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AI 데이터센터에 필수인 초고압변압기는 현재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외에 건설기계 지주사 HD현대사이트솔루션은 1201억원, 선박 부품 서비스를 제공하는 HD마린솔루션은 830억원의 이익을 냈다.
다만 정유 및 석유화학업체 HD현대오일뱅크는 전년 동기 대비 89.8% 급감한 311억원의 이익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유가 및 제품가 하락과 경제 성장 둔화 우려에 따른 경질유 시황 약세 탓이다. HD현대오일뱅크는 안정적인 공장 가동과 공정 효율화를 기반으로 수익성을 제고한다는 방침이다. HD현대로보틱스는 58억원의 손실을 내며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적자를 이어갔다. HD현대오일뱅크는 실적 악화에 따라 올해 배당을 실시하지 않을 방침이다.
HD현대그룹이 호실적을 바탕으로 순항하는 가운데 오너 경영자인 정 수석부회장은 최근 눈에 띄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정 수석부회장은 지난달 6일 미국 출장길에 올라 미국 방산 AI 기업 팔란티어를 방문해 현지에서 협력 논의를 구체화했으며, 지난 15일에는 울산 HD현대중공업 조선소를 노조 사무실을 방문해 “노사가 함께 노력하자”고 당부하기도 했다.
 |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사진=HD현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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