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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등하는 서울 집값에 “초기에 기대심리 잡아야”
이 총재는 이날 서울 중구 한은에서 열린 물가안정목표 상황 점검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수도권 주택가격이 올라가는 데 기대심리가 크게 작용했다”며 “금리가 인하 추세에 있고, 앞으로 몇 년간 공급이 부족할 것이라는 이런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부동산원이 집계한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이달 둘째 주(9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101.26으로 집계됐다. 집값이 급등한 문재인 정부 시절 전고점인 104.63의 96.8%에 달하는 수준이다.
이 총재는 “기대를 처음에 잘 관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공급에 대한 불안이 ‘(정부의 공급 대책을) 믿지 못하겠다’는 상황이기 때문에 수도권에서 공급 대책이 구체적으로 나와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근본적으로는 수도권으로 젊은 사람들이 몰려오는 유입률을 어떻게 낮출지 근본적인 고민이 있어야 한다”면서, 그동안 한은이 발표한 대학입학 시 지역별 비례선발제 도입과 거점도시 육성 등의 구조개혁안이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 총재는 “한은은 물론 경기 등을 보고 금리를 결정하겠지만, 유동성을 과도하게 공급함으로써 기대심리를 증폭시키는 잘못을 범하면 안 될 것”이라며 “금리 인하의 시기, 언제 어느 정도 내릴지는 가계부채, 주택시장, 외환시장을 보면서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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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경, 성장 기여 크고 물가 영향 작을 것”
이 총재는 또 정부가 오는 19일 국무회의에 상정할 예정인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과 관련해서는 “당정의 추경안 내용을 보지 못해 평가하기는 어렵다”면서, 다음달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 이후 성장률과 물가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발표하겠다고 했다.
그는 민생회복지원금에 대해서는 “경제상황이 좋은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추경을 하는 것이 성장에 대한 기여가 크고, 물가에 주는 영향은 작을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재정 효율성 측면에서 볼 때 선택적 지원이 (보편적 지원보다) 어려운 자영업자를 돕는 데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김웅 부총재보는 2차 추경 규모가 현재 알려진 대로 20조원 규모라는 전제로 “올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이고, 내년 물가 상승률 영향이 0.1%포인트 정도”라고 예상했다. 이는 추경을 통한 민간소비 회복에 따른 수요 증가 등의 요인은 고려하지 않은 모형 추정 결과라고 단서를 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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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은 최근 물가 상황에 대해서는 상승률은 안정적이지만 높은 물가 수준이 가계에 부담이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코로나19 대유행(팬데믹) 이후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물가 급등기를 거치면서 높아진 물가 수준이 유지되고 있어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으로 팬데믹 이후 누적 물가 상승률은 식료품이 22.9%로 가장 높았고, 생활물가도 19.1% 급등했다. 소비자물가와 근원물가의 누적 상승률은 각각 15.9%, 12.8%를 기록했다.
이같은 높은 물가 수준은 소비 심리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한은 조사국에서 지난달 실시한 설문 결과 올해 1~4월 중 소비지출을 늘리지 않은 응답자 중 62%는 물가상승에 따른 구매여력 축소를 주 원인으로 들었다.
특히 최근 가공식품 등 필수재 가격이 인상되면서 취약계층의 체감물가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공식품과 외식물가는 생산비용 상승이 가격에 장기간 전가되면서 취약계층의 부담이 계속될 수 있는 상황이다.
이 총재는 “높은 생활비 수준과 가계 부담 소비 활력 저하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공급여력 확충, 유통구조 개선과 같은 구조개혁 방안에 대해서도 더욱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그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낮은 수요 압력 등으로 안정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지만 지난 며칠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불안으로 국제유가가 급등한 데서 보듯이 불확실성은 여전히 크다”며 “향후 주요국 무역협상 경과 등에 따라서 언제든 외환시장 변동성 등이 확대될 수 있어 다양한 물가 동인의 상호작용을 면밀히 점검할 계획”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