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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서울고법 형사6-2부(부장판사 최은정 이예슬 정재오)는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이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원심 판결 직권 파기 사유가 있어 원심 판결을 파기한다”며 “피고인 공소사실이 합리적 의심이 없는 정도에 이르지 못하고 범죄사실 증명이 없다”고 했다.
최근 3년간(2021~2023년) 1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사건(3만5099명)이 2심에서 무죄(585명)로 뒤집힐 확률은 약 1.7%에 불과했지만, 이 대표가 바늘구멍을 뚫은 셈이다.
1심 판단이 뒤집힌 배경에는 2심 재판부가 이 대표가 방송 프로그램에 나와 한 발언 중 어떤 부분이 허위 사실에 해당하는지 구체적으로 특정해달라며 검찰에 공소장 변경을 요구한 것이 결정적 요인으로 꼽힌다.
2심은 김문기 관련 이 대표 기소 발언을 세세하게 나눠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했다. 1심은 김 전 처장 관련 발언을 △‘성남시장 시절 김문기를 몰랐다’ △‘김문기와 골프를 치지 않았다’ △‘경기지사가 되고 공직선거법으로 기소가 된 이후 김문기를 알게 됐다’ 등 3가지로 나눠 이 중 골프를 치지 않았다는 발언만 유죄로 판단한 바 있다.
하지만 1심에서 유죄가 인정된 이른바 ‘골프 발언’에 대해 2심은 “골프를 치지 않았다고 거짓말한 것으로 볼 수 없고 허위성 인정도 어렵다”고 무죄로 판단했다. 특히 이 대표가 호주 출장 중 김 전 처장과 찍은 사진에 대해서도 “국민의힘 소속 의원에 의해 김문기와 골프 친 것이란 증거 또는 자료로 제시됐는데 해외 어디선가 10명 한꺼번에 사진을 찍은 것으로 이는 골프 함께 친 증거가 될 수 없고 원본 일부를 떼어 내 조작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1심에서 유죄로 판단된 백현동 부지의 용도변경과 관련해서도 2심은 국토부의 상당한 압력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므로 이 대표의 발언이 허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2심은 “성남시가 공공기관 용도 변경과 관련해 장기간 다각도로 압박을 받는 상황을 인정할 수 있고 (국정감사장에서 이 대표의 일부 발언이) 상당한 압박을 과장했다고 볼 수 있으나 허위로 보긴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공표 사실 전체를 볼 때 중요한 부분이 객관적 사실과 합치되는 경우에는 다소 과장이 있거나 약간의 차이가 있더라도 허위로 볼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례”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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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선고 결과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선거법 위반 사건 특수성을 고려하면 대법원에서 다시 유죄가 나오기는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허위사실 공표죄의 경우 ‘마음의 목소리(내심의 의사)’가 처벌의 핵심이나 재판부가 사전에 검찰에 공소장 변경을 요구한 점 등을 고려하면 이 대표 발언과 기소내용이 일치하지 않은 것이 결정적이었다는 분석이다. 지난 3년간 2심의 무죄 판결이 대법원에서 변경(파기환송)된 비율은 3.7%(3405명 중 127명)에 불과했다.
선거법 전문 B변호사는 “공소사실을 보면 김 전 처장 발언에 대해 ‘해외 골프’라는 단어가 없었지만 각종 의혹들이 불거진 당시 상황 등을 종합해 의미를 부여해 이 발언이 허위라고 기소한 것”이라며 “재판부는 검찰이 없었던 발언에 대해 의미를 부여한 다음 기소한 건 적절치 않았다고 지적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국토부 협박 발언을 2심 재판부가 ‘의견’으로 본 부분에 대해서는 엇갈린 반응이 나왔다.
C변호사는 “협박이 의견이라는 것에 전적으로 동의할 수 없다. 협박은 실제 협박이 있었느냐 없었느냐는 사실의 영역”이라며 “만일 ‘국토부의 협박에 따라 용도변경을 했다’라는 말이 의견이라면 지금까지 있었던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등 각종 명예훼손 사건의 결과가 모두 부정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예를 들어 명예훼손 사건에서 내가 누군가에 협박을 받았다는 거짓을 이야기했다고 치자”며 “이 대표의 2심처럼 만일 이 협박이 의견에 불과하다면 앞으로 명예훼손 사건에서 협박은 더 이상 허위사실에 해당하지 않게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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