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부산=이데일리 김한영 기자]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전날에 이어 13일에도 대구·울산·부산 등 이른바 ‘보수의 심장’ TK·PK 지역을 돌며 결집에 총력을 기울였다. 다만 유세 현장에서는 김문수·한덕수 후보간 단일화 과정에서 빚었졌던 잡음을 두고 지도부에 대한 공개 질타가 나오기도 했다. 정치권에선 이번 주를 ‘보수 통합’의 마지노선으로 보고 있다.
 |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가 13일 울산 남구신정시장에서 유세를 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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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후보는 이날 울산 중앙전통시장 유세에서 인파를 몰며 보수 결집의 저력을 보여줬다. 시장은 발 디딜 틈 없이 붐볐고, 그의 동선을 따라다니며 “대통령 김문수”를 연호하는 시민들도 눈에 띄었다. 교복을 입은 10대 청소년 세 명은 김 후보와 사진을 찍기 위해 지름길로 인파를 뚫고 달려가기도 했다.
유세에 앞서 열린 대구시당 선거대책위원회 출정식에서도 열기가 뜨거웠다. 당원들은 선거 유세곡에 맞춰 자발적으로 춤을 추는 등 축제 분위기 속에서 김 후보를 맞이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에 비해 지지율에서 앞서지 못하고 있지만, 자신감이 엿보이는 분위기였다. 그는 이 자리에서 “배고픈 나라를 다이어트하는 나라로 만든 분들이 바로 대구·경북”이라고 화답했다.
하지만 유세 현장을 벗어나면 분위기는 확연히 달라진다. 단일화 논란 이후 당내 갈등을 둘러싼 피로감이 지역 유권자 사이에서 감지된다. 대구에서 택시를 모는 50대 남성 A씨는 “어차피 이재명이 되는 거 아니겠느냐”며 “투표할 생각이 별로 없다”고 말했다.
부산 시민들의 반응도 비슷했다. 스스로를 중도 성향이라고 밝힌 박모 씨(25, 남)는 국민의힘 단일화 과정에 대해 “세 번이나 경선을 치르고 뽑은 대선 후보를 마음대로 내리는 선택을 하는 국민의힘 수뇌부들이 참 답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단일화 과정에서 국민의힘 지도부의 책임이 가장 크다고 짚었다. 그는 또한 김문수 후보가 이재명 후보를 이길 수 없을 거라고 내다봤다.
25세 부산시민 B씨는 윤석열 전 대통령을 두고 “조용히 계시는 게 답”이라며 “차라리 이준석을 뽑고 싶다”고 말했다. 한 시민은 단일화 분열 책임은 윤석열 전 대통령에 있다고 짧게 답하기도 했다.
 |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11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대선후보 사무실에서 회동에 앞서 포옹을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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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대구 서문시장 유세 현장에선 지도부에 대한 반발이 더욱 노골적으로 터져 나왔다. 김 후보의 발언에 앞서 권성동 비상대책위원장이 단상에 오르자 일부 지지자들이 “권성동 나가라”, “사퇴하라”고 고함을 질렀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주가 보수 갈등 봉합의 마지노선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 후보가 단일화 파열음을 봉합하지 못하면, 무당층이나 중도 보수층 일부가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 쪽으로 이탈할 수 있다는 얘기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최근 단일화 파동 이후 대구나 경북에서 국민의힘을 계속 지지해야 하느냐는 질문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준석을 지지해야 하는지, 김문수를 지지해야 하는지 동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 후보가 보수 결집을 금방 이룰 것 같지는 않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번 대구·경북 행보를 단일화 갈등 봉합을 위한 행보로 규정하면서도 “이번 주 안에 보수 통합을 정리하지 못한다면 무게추가 이준석 쪽으로 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