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노량진수산시장 점포 분류(고급, 대중, 패류, 냉동)에 따른 평균 매출액을 집계한 결과 점포당 2억원이 넘었다. 최고매출 점포는 17억원이 넘었다. 그러나 상인 측에선 “옛날 얘기”라며 “요즘엔 경기가 안 좋고 다른 수산시장도 많이 생겨 예전 만큼 매출이 나지 않는다”고 밝혔다.[출처=수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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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노량진수산시장 상인들은 서민이 아닙니다.” 지난 13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수산시장에서 만난 수협 관계자는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상인들이 연간 억대 매출을 올리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서울중앙지법은 노량진수산시장 구시장을 불법 점유한 상인 95명(점포 92개)을 대상으로 강제집행에 나섰다. 구시장 상인들은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며 반발했고 철거는 무산됐다. 그런데 실상은 ‘생존권 사수’가 아니라 ‘이권 쟁탈전’이라는 얘기가 많다.
실제 매출 내역을 찾아봤다. 거짓말이 아니었다. 수협중앙회에 따르면 노량진수산시장 판매상인의 점포당 연평균 매출(2014년 기준)은 2억718만9783만원이었다. 당시 최고로 매출을 올린 점포는 연간 17억5916만8908원을 벌었다. 이는 현금 수입은 제외하고 카드 수입만 집계한 것이다. 구시장(269개)과 신시장(434개)을 합해 평균치 기준으로 추산한 횟값 수입만 연 1500억원에 달하는 셈이다.
임대조건도 파격적이다. 한 번 자리를 차지하면 사실상 퇴출이 없다. 매년 수협이 임대 계약을 갱신하지만 현재까지 계약이 종료된 점포는 없다. 사실상 영구임대다. 게다가 자녀에게 물려줄 수도 있다. 임대 규정에는 중병이나 사망 시 사업자 명의변경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 때문에 1971년 노량진수산시장이 문을 연 뒤로 현재까지 ‘자녀 대물림’ 특혜도 받고 있다. 반면 일반 상인들이 노량진수산시장에 진입하는 것은 로또 당첨처럼 어렵다.
구시장의 임대료도 신시장보다 싸다. 수협과 상인들 말을 종합하면 목 좋은 점포(A급 기준)의 경우 구시장은 월 30만~40만원이다. 반면 신시장 점포는 월 70만원 이상이다. 만약 구시장에서 신시장으로 이전할 경우 목 좋은 자리를 뺏길 수도 있다. 신시장의 경우 3년마다 점포 위치를 바꾸는 추첨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엄밀히 개인적 이익만을 따지고 보면 구시장에서 버티는 게 ‘남는 장사’인 셈이다.
문제는 이런 이권 앞에 사회적 합의의 원칙이 무너졌다는 점이다. 수협과 상인들은 2009년에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 사업에 합의하는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양해각서에는 “철거되는 시설에 대한 임시시설 설치 및 운영에 전적으로 협조”한다는 문구가 포함돼 있었다. 당시 투표 결과 상우회 80.3%(416명), 중도매인조합 73.8%(130명)가 양해각서에 찬성했다.
하지만 이 같은 약속은 깨진 상태다. 오히려 구시장 측 상인 모임인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 비상대책 총연합회’는 지난 13일 성명에서 “해양수산부, 서울시가 현대화사업을 재검토해야 한다”며 구시장 존치를 주장했다. 현대화대책위원회 관계자도 “매출이 많았던 건 옛날 얘기”라며 “신시장으로 이전하면 점포 면적이 좁아지고 임대료 부담도 커진다. 구시장 부지에 시장다운 신시장을 증축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런 이견 때문에 그동안의 50여 차례 협상은 물거품이 됐다. 사업비 2241억원(국비 1540억원 포함)이 투입된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 사업은 이권 갈등으로 멍들고 있다.
 | 지난 13일 오후 서울 동작구 노량진 수산물도매시장 구시장 모습. [사진=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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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13일 오후 서울 동작구 노량진 수산물도매시장 신시장 모습. 상인 측은 “신시장으로 이전하면 점포 면적이 좁아지고 임대료 부담도 커진다”고 우려했다. 이에 수협은 “구시장과 신시장의 점포당 전용면적이 1.5평으로 동일하다. 다만 구시장은 고객통로를 무단 점유해 매장이 넓어진 것이다. 신시장은 에어컨이 상시 가동되는 등 관리비가 늘었기 때문에 임대료도 늘었다”고 밝혔다. [사진=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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