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백주아 기자]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 보도 의혹과 관련해 검찰의 직접수사 권한 근거를 공개해야 한다는 항소심 판단이 나왔다.
 | 대장동 사건과 관련해 ‘허위 인터뷰 의혹’을 받는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왼쪽) 씨와 전 언론노조위원장 신학림 씨가 지난해 6월 2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법정으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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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서울고법 행정9-3부(부장판사 김형배 김무신 김동완)는 참여연대가 검찰총장을 상대로 “정보공개 거부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참여연대가 정보공개를 청구한 대검찰청 예규 ‘검사의 수사 개시에 대한 지침’ 전문과 개정 연혁, 개정 내용을 공개하라는 내용이다.
이번 소송은 검찰이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와 신학림 전 언론노조위원장의 윤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 수사를 직접 개시한 것이 발단이다.
앞서 검찰은 두 사람이 2021년 9월 ‘윤 전 대통령이 과거 부산저축은행 사건 수사를 무마했다’는 허위 인터뷰를 한 뒤, 대선 사흘 전인 2022년 3월 6일 뉴스타파에 보도되도록 해 윤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보고 직접 수사에 나섰다. 이후 이들은 윤 대통령 관련 허위 보도를 대가로 1억6500만원을 주고받은 혐의(배임수증재·명예훼손 등)로 지난해 6월 구속기소됐다.
문제는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을 거쳐 개정된 검찰청법에 따르면 검찰의 수사 개시 범위는 ‘부패·경제범죄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범죄’로 제한돼 명예훼손죄는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검찰은 이 사건이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과 ‘직접 관련성’이 있어 수사 범위에 포함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참여연대는 직접 관련성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대검찰청 예규에 관해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하지만 검찰은 ‘진행 중인 재판에 관련된 정보와 범죄의 예방·수사 등에 관한 사항’이라면서 지난해 11월 정보공개 거부 처분을 내렸고, 참여연대는 이에 불복해 지난해 1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앞서 1심은 검찰이 수사의 근거가 된 예규를 공개해야 한다며 참여연대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해당 정보가 수사 활동이나 공소 제기 등에 직접적·구체적 영향을 미친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직접 관련성을 둘러싼 수사 위법 논란이 발생하는 이유는 오히려 검찰이 정보를 공개하고 있지 않기 때문일 수 있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