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석 “尹정부 자율규제 실패”…배달앱 수수료 ‘정조준’?

[세종=이데일리 김미영 기자] “윤석열 정부의 자율규제는 실패했다. 배달 중개 수수료의 적정선을 어떻게 할지, 입법을 포함한 고민이 시작된 걸로 안다. 정부도 합리성을 갖고 지켜보되 의회에서 조금 더 적극적이고 선차적인 관심을 기울여주면 어떨까 한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가 13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연수원에 마련된 청문회 준비단 사무실에서 열린 밥상물가 안정을 위한 경청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가 취임 후엔 밥상물가 안정을 위해 배달 중개 수수료를 낮추는 데 주력할 태세다. 공공배달앱을 활성화하는 동시에, 최후의 수단으로는 민간 배달앱의 중개 수수료를 강제적으로 제한하는 방안까지 열어둔 모양새다. 수수료 상한을 둬 외식물가 부담을 낮추겠단 복안으로 해석된다.

김 후보자는 13일 이날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서 식품·외식 업계 및 전문가와 만나 ‘밥상 물가안정 경청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엔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한국식품산업협회, 한국외식산업협회 등 업계와 학계 전문가 등이 참석했다. 더불어민주당의 위성곤·민병덕 의원도 자리했다.

간담회에서 주요하게 오르내린 건 배달의민족(배민), 요기요, 쿠팡이츠 등 배달앱의 중개 수수료 부담완화다. 외식산업협회는 외식물가 상승의 주요인으로 원재료와 인건비 상승, 배달플랫폼의 수수료를 지목했다. 협회 측은 “배달 수수료가 음식 가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배달 수수료 때문에 애로를 겪는데, 외식업계가 음식가격 많이 올리는 걸로 보여 굉장히 속상하다”고 토로했다. 이에 학계 전문가도 플랫폼의 적정 수수료 도출을 위한 광고비·수수료 체계 공개 등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김 후보자는 ‘투트랙’으로 문제해결에 접근할 것으로 보인다. 먼저는 먹깨비, 땡겨요 등 공공배달앱 활성화다. 김 후보자는 “공공성을 갖춘 배달 앱이 제대로 작동하고 확산하는 게 배달 수수료 문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하는 데 중요한 수단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했다.

다른 하나는 민간 배달앱의 중개 수수료 인하다. 현재 민주당은 을지로위원회에서 배달플랫폼과 입점업체 등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꾸려 수수료 문제를 논의 중이나, 원만한 협의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수수료 상한을 두는 입법 조치까지 배제하지 않고 있다.

김 후보자도 “과거에 신용카드 수수료 상한을 보수정권에서 시작했다”며 “이런 문제는 김대중정책이냐 박정희정책이냐의 문제도 아니고, 진보·보수정책의 문제도 아니다”고 했다. 윤석열 정부의 자율규제를 ‘실패’로 규정하면서 강제성 있는 규제를 택할 가능성도 열어뒀다.

실제로 민주당은 배달앱 등 온라인 플랫폼에 중개수수료 상한제를 도입하는 내용의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을 발의해둔 상태다. 부동산 중개보수, 대부중개업 중개수수료, 시장도매인 또는 중도매인 중개수수료 등이 수수료율을 법령을 통해 제한하고, 신용카드의 가맹점수수료는 영세한 중소신용카드가맹점에 대해 우대수수료율을 적용토록 하고 있단 데서 착안했다.

다만 김 후보자는 “과거처럼 기업의 판매가를 가격규제 형식으로 내리 누를 수 있는 시대는 지나갔다”면서 인위적인 시장 개입은 하지 않겠단 의사도 밝혀, 이에 상충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총리실 관계자는 “대화를 통해서 수수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겠단 의미이지, 당장 입법으로 해결하겠단 얘기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김민석 총리 후보자가 13일 주재한 ‘밥상 물가안정 경청 간담회’(사진=총리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