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조용석 기자] 김형오 전 국회의장이 “12.3 비상계엄은 잘못됐다. 하루 아침에 한국의 국제적 위상을 갉아먹었다”면서도 “탄핵된 정권과 당을 겪어본 심정에서 탄핵만은 막자”고 13일 말했다.
김 전 의장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전략기획특별위원회 1차 세미나:국민의 힘, 어디로 가야 하는가’ 발제자로 나와 이같이 언급했다. 18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을 지낸 김 전 의장은 대표적인 보수 정치 원로로 꼽힌다.
 | 김형오 전 국회의장이 1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어디로 가야 하는가?’ 전략기획특별위원회 1차 세미나에 참석해 인사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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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전 의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발동한 12.3 비상계엄에 대해 “한국의 국제적 위상을 갉아먹었다”며 “북한 위협과 중-러 미묘한 관계속에서도 한미동맹 강화 및 한일관계를 회복해오던 나라가 (비상계엄으로 인해)정치적 후진국으로 일순간 변질됐다”고 말했다.
또 “계엄을 절대 옹호하는 건 아닌데 너무 엉성했다. 한국의 수준, 세계 10위권의 수준에 맞지 않는 엉성한 짓을 했다”고 부연했다.
그는 “다음으로는 계엄 대체세력을 자처하는 자들의 행태가 나라를 더욱 혼란스럽게 하기에 계엄모의는 심각한 후유증을 앓게 됐다”고 말했다. 김 전 의장이 언급한 계엄 대체세력이란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대표를 뜻한다.
김 전 의장은 최근 국민의힘 지지율 상승세에 대해서도 “여러분(국민의힘)이 잘한 것이 아니라 계엄 이후 대체세력이라는 자들의 무능과 졸속, 자만과 편가르기에 대한 국민적 반발 때문”이라고 짚었다. 다만 국민의힘 의원들이 박근혜 정부 탄핵 때와 달리 분당 등 이른바 서툰짓을 안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봤다.
윤 대통령 탄핵심판을 심리하는 헌법재판소에 대해서도 “슬그머니 빠진 내란문제는 헌재가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왜 재판은 이렇게 서두르는지 따질 문제가 한두가지가 아니다”라며 “지금 대통령 지지율이 오르는 것은 여러 이유가 있지만 그중 헌재의 태도도 작용하고 있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이어 “(헌재는)대통령을 파면시키는 것과 대통령직을 유지하는 것 중 어느 쪽이 더 국익에 부합하는가. 국제적으로 이 나라를 어떻게 보겠는가도 헌법재판관이 한번 쯤 생각해달라”며 “헌법재판관도 대한민국 국민이다. 국민과 국가의 자존심을 생각해 보기를 바란다”고 부연했다.
특히 김 전 의장은 “미국 외 모든 나라 대통령제는 다 실패했다. 미국 다음 잘한다는 나라인 한국도 이모양 이꼴”이라며 “윤 대통령이 5년 단임제 마지막 대통령이 돼야 한다. 윤 대통령의 마지막 소임은 5년 단임제 종식하는 개헌을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과 김형오 전 국회의장이 1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어디로 가야 하는가?’ 전략기획특별위원회 1차 세미나에서 귀엣말 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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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김 전 의장은 당(국민의힘)에 대해서도 “윤 대통령 실패에서부터 교훈을 찾아야 한다”며 △탈이념화, 탈사회주의, 탈포퓰리즘 위한 구조·환경 개선 △공무원사회 안정 발전 및 규제혁파 △우군 확보 등을 주문했다.
김 전 의장은 발생할 수 있는 조기대선을 당이 미리 준비해야 하느냐는 질문에는 “당내 사정을 전혀 모른다”며 대답을 아꼈다.
세미나에 참석한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번 위기 계기로 국민의힘과 보수는 더욱 단단해져 한다”며 “본질적 가치를 놓치지 않으면서 유연한 자세로 우리 앞 도전과제를 슬기롭게 극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