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싸움에 새우등…中, 韓·美 조선협력 상징 때렸다

[이데일리 김성진 기자] 중국이 한화오션의 미국 자회사 5곳을 콕 집어 제재 대상에 포함한 것은 한미 조선업 동맹을 집중 견제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한화오션은 국내 조선업체 중 유일하게 미국 현지에 조선소를 보유한 업체로,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끌 핵심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중국의 이번 제재로 한화오션이 당장 받을 피해는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제재 대상에 포함된 한화필리조선소 등 미국 소재 계열사 5곳은 중국과 직접적인 사업 관계가 없기 때문이다. 국내 조선소로 범위를 넓히더라도 중국 선주들로부터 선박 건조 주문을 수주하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한화필리조선소 전경.(사진=한화.)

다만 중국이 향후 어떻게 제재 수위를 높일지는 관건이다. 국내 조선소와 공급망 차원에서 제재를 가할 경우에는 피해를 피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양종서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지금 당장은 피해가 크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중국이 어떤 식으로 제재 추가 제재를 가할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중 양국의 해양 무역 갈등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본격화했다. 미국은 지난 4월 무역법 301조를 근거로 중국 선박에 입항수수료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중국 회사가 소유하거나 운영하는 선박, 중국 국적 선박에 대해서는 14일부터 톤(t)당 50달러(약 8만원)의 수수료가 부과된다. 이 수수료는 단계적으로 인상해 2028년 140달러(약 20만원)까지 오른다. 무역법 301조는 미국이 교역 상대국에 대해 보복을 행사하는 근거로 사용된다. 중국도 이에 맞불을 놓는 차원에서 이날부터 t당 400위안(약 8만원)의 수수료를 매기기로 했으며, 마찬가지로 2028년까지 1120위안(약 22만원)까지 상승한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특히 최근에는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양국의 무역전쟁이 심화했다. 지난 10일 중국이 사실상 독점 중인 희토류 수출 통제를 발표하자 미국은 내달 1일부터 중국에 100%의 추가 관세를 매기겠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의 한화오션 미국 자회사 제재는 이 과정에서 나왔다. 양국이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무역전쟁 범위를 넓혀가는 과정에서 미국 조선업 부활 프로젝트 핵심인 한화오션이 피해를 볼 상황에 놓인 것이다.

이번 제재가 마스가 프로젝트의 걸림돌로 작용할 거란 우려도 나온다. 미국은 중국에 뺏긴 해양 패권을 되찾기 위해 국내 조선업체들과 전략적 협업을 추진하고 있다. 2023년 기준 중국이 1700척 이상을 건조하는 동안 미국에서 건조된 선박 수는 5척에 불과할 정도로 미국 조선업은 쇠락한 상태다. 이 격차를 극복하기 위해 한국 조선업체의 기술과 인력을 필요로 하고 있다. 우리나라 입장에서도 미국에 비교적 손쉽게 진출할 수 있어 시장을 대폭 확대할 절호의 기회로 평가받는다. 업계에서는 미국 시장 진출을 통해 우리나라 조선업 규모가 약 20% 커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중국 정부의 발표 내용을 인지하고 있으며, 해당 조치가 당사에 미치는 사업적 영향에 대해 면밀히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