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서울 강남에서 빗물받이 공사를 하던 인부 2명이 깊이 10m의 맨홀에 추락해 약 3시간 만에 구조됐지만 모두 사망했다. 빗물이 지나는 우수관(雨水管) 작업을 맡은 인부가 오수관(汚水管) 뚜껑을 열면서 추락했고, 그를 구하기 위해 내려간 포크레인 기사도 함께 떨어진 것이다.
 | | 17일 서울 강남구 도곡동에서 배수작업 중인 인부 2명이 맨홀에 빠져 실종됐다. 사진은 119 구급대가 현장에 도착해 구급 활동을 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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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강남소방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45분쯤 서울 강남구 도곡동 강남수도사업소 앞에서 하수관 배수 공사를 하던 A(62)씨와 그의 동료 B(49)씨가 맨홀에 빠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두 사람은 강남구청과 계약을 맺은 건설업체 작업자들이다. 이들은 하수관 빗물받이 신설 및 개량공사 현장에서 일하고 있었다.
강남구청은 A씨가 오수관을 우수관으로 착각해 맨홀 뚜껑을 열어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구청 관계자는 “A씨는 빗물이 지나가는 우수관의 작업 인부”라며 “현장에서의 작업 역시 차도로 노출된 빗물받이와 지하 우수관을 연결하는 부분의 보수 공사라 빗물받이 공사를 하는 데 맨홀로 들어갈 이유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왜 A씨가 오수관을 열었는지 파악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들이 빠진 맨홀 안에는 오수와 토사물 등이 5m 이상 쌓여 있어 소방당국은 신속한 구조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구조작업을 벌일 당시 맨홀 내부 일산화탄소 농도는 170ppm에 달했다. 농도가 50ppm 이상이면 인체에 치명적인 수준이다.
소방당국은 신고 직후 3시간여 만인 오후 3시30분쯤 A씨와 B씨를 구조했다. 이들은 모두 발견 당시 방독면을 쓰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구청 관계자는 “빗물받이 공사에는 방독면을 착용할 일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구조 직후 강남세브란스병원과 서울성모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모두 사망했다.
경찰은 구청 관계자들을 불러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사전 안전교육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등을 조사하고 과실이 확인되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 등으로 입건할 방침이다.
정순균 강남구청장은 입장문을 내고 “공사현장 안전수칙 준수 여부 등에 대해 자체 진상조사에 나서겠다”며 “사고가 단순 실족사고인지, 이산화탄소 중독에 의한 사고인지, 근로자들이 왜 우수관이 아닌 오수관에 진입했는지는 이후 경찰의 정밀조사를 통해 밝혀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