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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소비자물가지수의 전년동기대비 상승률은 올해 들어 △1월 2.2% △2월 2.0% △3월 2.1% △4월 2.1% △5월 1.9% 등으로 한은의 목표치인 2.0% 인근에서 움직이고 있다.
이 총재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지난 5년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5% 이상 올랐고, 생활물가도 20% 넘게 상승했기 때문에 물가 수준이 굉장히 높다”면서 “그래서 물가가 안정됐다고 하면 굉장히 화내시는 분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또한 2차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이 현재 20조원 규모로 편성이 될 경우 내년 물가를 0.1%포인트 높일 것으로 예상했다.
김웅 한은 부총재보는 “집행되는 시기가 늦어질 수 있어서 올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본다”면서 “내년 물가에 영향이 (플러스) 0.1%포인트 정도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이 총재는 “자세한 안을 보지 못했다”며 “세부적으로 어디에 쓰는지에 따라 승수효과가 다르기 때문에 7월 통화정책방향 결정 회의 이후 추경이 물가와 성장률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집값 양극화 등 부동산 문제에 대해서는 기대심리 조정과 수도권 공급안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 총재는 “지금 수도권 집값 오르는 것은 금리가 떨어지고 몇 년간 공급이 부족할 것이란 기대심리가 많이 올라간 탓”이라며 “이 기대를 처음에 잘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주택) 공급에 대한 불안이 있기 때문에 수도권에서는 구체적인 공급안이 나와야할 것”이라며 “한은은 경기를 보고 금리를 결정하겠지만, 과도하게 유동성을 공급해 기대심리를 증폭시키는 잘못을 범하면 안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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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공식품, 생활물가에 대한 우려가 많다. 최근 라면값이 이슈가 되면서 정부가 식품업체에 물가 안정을 당부하고 있다. 최근 상황에 비춰서 가공식품에 대한 물가, 가격 통제에 대한 총재의 견해가 궁금하다.
△한은에서는 전체 물가 수준을 관리한다. 공급요인이 변하고 특정품목의 가격이 올라가면 기획재정부나 물가 관리 당국에서 마이크로적으로 보고 있다. 근데 하나 하나를 두고 가격 통제라고 얘기할 정도는 아니다. 우리 분석에 의하면 공급 요인에 의해서 올라가는 게 50%, 나머지 50%는 이윤, 마진 등 다른 요인에 의해서 어떻게 되는지 움직이는 여지가 있다. 특히 요새 계란이라든지 특별히 올라가는 이유가 뭐가 있는지 마이크로적으로 보고, 생산자하고 협의하고 원인이 뭔지를 파악하는 건 당연하다. 가격 통제라는 말을 쓸 단계가 아니다. 마이크로 조정을 통해서 가격 조정을 하는 것이 물가 관리다.
-투입물가 상승할 때는 지속적으로 소비자가격에 전가한다고 돼 있지만, 반대로 하락할 때는 기업이 가격을 내리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나타났다. 인건비 등 다른 가격 상승 요인을 고려하긴 해야겠지만, 이른바 그리드인플레이션이라고 하는 기업들의 탐욕이 소비자들의 물가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해석해도 되나.
△데이터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다르다. 어떻게 해석할지는 그 나라의 정책을 어떻게 했는지까지 다 포함해서 균형있게 해석해야 될 것 같다. (가격이) 올라갈 때는 계속 올라가고, 내려갈 때는 하나도 안 내려갔으니까 이거는 생산자들이 항상 소비자들을 착취하는 거냐고 해석할 수도 있지만, 반면에 다르게 해석할 수도 있다.
-집값이랑 관련해서 심상치 않은 위기가 유지되고 있다. 7월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앞두고 금리 인하의 시기나 폭이 더 뒤로 미뤄지거나, 적어질 수 있다라고 시장에서 예상한다. 그렇게 봐도 되는 상황인가.
△지난번 통방 결과에서도 말했지만 저희는 금리 인하 시기에 있고 언제 내릴지, 또 어느 정도 내릴지는 여러 가지 가계부채, 주택 시장, 외환시장을 보면서 결정해 나갈 예정이다.
-유가처럼 공급 측면의 물가 충격에 한은 통화정책이 어떻게 수요 차원에서 다르게 대응할 수 있는지 묻고 싶다. 또 물가라고 하면 소비자물가, 근원, 명목 정도만 생각했었는데 주거, 체감, 생활 물가 등 다양한 개념이 있더라. 향후 통화정책을 생각할 때도 미국이 개인소비지출(PCE)물가, 소비자물가지수(CPI)로 생각하는 것처럼 우리도 다양한 물가를 생각해야 될까.
-민생회복지원금이 전국민 보편지원으로 의견이 좁혀지는 것 같다. 이를 두고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 다른 면에서는 영향이 미미할 것이라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데 총재 의견이 궁금하다.
△지금 내용을 못봤기 때문에 평가하기 어렵다. 기본적으로 (민생지원금) 결정되기 전에도 지금 경제 상황이 그렇게 좋은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추경을 좀 늘리는 것이 성장에 기여하는 것이 크다고 오래전부터 생각하고 있다. 저희가 일반적인, 보편적인 지원보다 선택적인 지원을 하는 것은 재정의 효율성을 볼 때 어려운 자영업자, 영세 사업자를 도울 때 더 효율적이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이 허용되면 통화량이 증가하고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중앙은행의 물가 관리를 어렵게 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데, 물가 측면에서는 어떻게 보나.
△준비자산을 어떤 형태로 갖게 하느냐에 따라 통화량 변화가 없을 수도 있고, 영향이 달라질 수 있다. 우리의 입장은 명확하다. 우선, 한은은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필요하고 발행에 반대하지 않는다. 다만 발행으로 인해 달러 스테이블코인 사용이 줄어드는 게 아니라 교환이 쉽게 돼 달러 스테이블코인 수요가 오히려 늘어나고, 외환관리를 하는 데 어려움이 있지 않을까 그 영향을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은행에만 허용한 지급결제 업무가 비은행권으로 가게 되는 것인데, 이 경우 은행의 수익성이나 은행 산업 구조가 어떻게 변할지 더 큰 그림을 봐야 한다는 생각이다. 기재부와 금융위원회 등 담당 부처가 자리 잡는 데로 협의를 통해 원화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정책을 받아들일 생각이다.
-중동 전쟁에 따른 유가 상승에 유의해야 한다고 했다. 현재로서 중동 전쟁의 확전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는지, 이 정도 중동 불안은 어느 정도 예상됐기 때문에 기존 전망에 반영돼 있었던지 설명해달라.
△유가는 지금 어려운 상황이고 그때그때 따라서 반응할 수 밖에 없다. 유가가 75달러 이상으로 올라가면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 거냐는 것보다, 지금 시장에서 논의되는 불확실성은 그 정도 수준이 아니라 훨씬 높은 수준이다. 지금 유가가 낮은 상태 유지하는 것이 우리 경제에도 굉장히 큰 도움이 되기 때문에 또 하나의 악재가 안 생겼으면 한다.
-4월까지만 해도 지분형 모기지를 한은과 금융당국에서 밀고 있었는데 집값 부추길 수 있다는 의견 나오면서 배제했다는 얘기도 나오는 것 같다. 물가로 생각하면 수도권 과밀 현상이라든지 이런 영향 미치는 건데, 장기적으로 봐도 지분형 모기지 필요성이 여전히 있다고 보는가.
△정책에 오해가 있다. 금융감독당국과 한은의 공통된 주장은 그동안 주택은 다 부채로 구입하지 않았나, 이를 지분 형태로 바꾸자는 게 지분형 모기지다. 수요가 늘지, 대출이 더 늘지는 조절하기 나름이고 정책 집행의 문제다. 집값이 상승할 정도로 공급이 많이 되리라는 것은 이런 새로운 금융 형태가 만들어진 후 한참 지나서 고민해야 될 문제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성공사례를 만들어서 꼭 대출받아서만 집을 사는 방식을 바꿔주는 그런 루트가 있다는 인식을 만들어주는 것이 첫 번째 목적이 돼야 한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