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살과 사귄 교회 선생님...피해자 "날 성매매하는 문란한 아이라고..."

  • 등록 2024-09-10 오후 10:58:11

    수정 2024-09-10 오후 11:03:05

[이데일리 김혜선 기자] 교회에서 만난 만 13세 제자와 성관계를 맺은 남성이 수사 과정에서 피해자를 ‘문란한 여아’로 표현하며 2차 가해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020년 6월 서울 강북구 한 건물에서 교회 제자인 B양(당시 13세)과 성관계를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성인이었던 A씨는 중학생이던 B양과 약 2년간 교제하며 수차례에 걸쳐 그와 성관계를 가졌고, 이로 인해 B양이 임신하자 그에게 낙태할 것을 종용하기도 했다. 이후 A씨는 B양에 결별을 통보하고 자신의 집에 찾아온 B양을 폭행하며 흉기로 위협하기도 했다.

미성년자의제강간죄는 피고인이 19세 이상인 경우, 상대방의 나이가 13세 미만 또는 13세 이상 16세 미만이라는 점을 알고 미성년자와 성관계를 맺는다면 동의 여부와 관계없이 성립한다.

지난 4월 열린 1심 재판에서는 이례적으로 재판부가 피해자 B양의 최후 진술을 그대로 판결문에 담았다. B양은 최후 진술에서 “평범하게 학교 생활을 했던 기억들 뿐인데, 저는 칼을 피해 다니고 맞고 가족들을 빌미로 협박을 당하고 ‘죽여 버린다’는 협박 때문에 살려달라고 빌었던 기억들밖에는 남아 있지가 않는다”며 “4년 동안 한 번도 반성을 한 적 없던 피고인이기에 단 두 달만의 시간 동안 반성한다는 마음이 든다는 것 자체가 저로서는 전혀 납득이 되지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재판에 오기까지 5개월 정도의 시간이 걸렸다. 그 기간 동안에도 제가 ‘성매매를 하는 문란한 만 13세 여아고, 또한 혼자의 실수로 다친 것’이라는 경찰 조사와 검찰 조사 내용을 들으며 단 하루도 마음 편하게 잘 수가 없었다”며 “피고인이 ‘집행유예가 나오면 본인은 취업에 지장이 생기기 때문에 집행유예를 받고 풀려나면 너하고 가족들 다 죽여버리고 자기도 자살하겠다’는 협박을 너무나도 지속적으로 했기 때문에 피고인에게 다소 약한 처벌이 내려지지는 않을까 지금도 너무나 두렵다”고 호소했다.

당시 재판부는 “이 사건 범행으로 인하여 피해자는 심한 정신적 충격을 받아 향후 건전한 성적 가치관과 정체성을 형성하는 것에도 많은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이고, 피해자는 피고인이 공탁한 금원도 수령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명확히 표시하며 피고인의 엄벌을 탄원하는바, 피해자의 최후 진술을 이 사건 판결문에 그대로 기재해 둠으로써 피해자의 현 심경을 최대한 반영하고자 한다”고 최후 진술을 실은 이유를 밝혔다.

1심 재판에서는 A씨에 징역 10년과 아동·장애인 관련기관 10년 취업 제한,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을 명했다. 그러나 A씨는 “형이 너무 무겁다”며 곧바로 항소했다.

지난달 20일 열린 항소심에서는 1심 선고를 깨고 A씨에 징역 6년이 선고됐다. 또 아동·장애인 관련기관에 7년간 취업을 제한하고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도 명령했다. 1심 판결이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양형 기준을 벗어날 정도로 무거운 선고를 내렸다는 게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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