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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경찰과 교육당국에 따르면 전날 대전 서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1학년 여학생 김하늘 양이 흉기에 찔려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사망했다. 이날 오후 4시 30분쯤 김양이 학원 차량에 타지 않는다는 연락을 받은 교사들이 학교를 수색했지만 학생을 찾을 수 없었다. 이후 부모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시청각실에서 자상을 입은 김양과 A교사를 발견해 병원으로 이송했지만 오후 7시쯤 김양은 끝내 숨졌다.
이번 사건이 더 충격적이었던 것은 A씨가 범인이었다는 점이다. 경찰은 범행 현장을 확인한 뒤 A씨를 용의자로 두고 수사를 벌였는데 오후 9시쯤 B씨가 자신의 범행을 시인하면서 진상이 밝혀졌다. 사건 당일 돌봄교실에 남아 있던 김양이 미술학원에 가기 위해 교실 밖을 나섰다가 참변을 당했다. A씨는 범행 후 자해했지만 생명엔 지장이 없는 상태다. 2학년 담임을 맡은 A씨는 김양과 관계가 없었고 범행에 사용된 흉기는 사건 당일 점심시간에 A씨가 밖에서 구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짜증이 나서 그랬다”며 범행 동기를 밝혔다.
교육당국은 A씨가 정신질환을 앓았었다는 사실이 있다고 확인했다. 대전교육청에 따르면 A씨는 우울증으로 지난해 12월 9일부터 6개월간 질병 휴직에 들어갔지만 ‘일상생활을 할 정도로 회복됐다’는 취지의 정신과 전문의의 진단서를 제출해 같은 달 30일자로 조기 복직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지난 6일에도 동료 교사의 팔을 꺾거나 손목을 강하게 부여잡는 등 폭력적 행동을 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초등학교 3학년에 진학하는 아들을 둔 학부모 강모(37)씨는 “다른 곳도 아니고 믿고 맡길 수 있어야 하는 학교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사실에 너무 충격적이고 무섭다”며 “맞벌이고 방학이라 아이를 매일 돌봄교실에 보내고 있는데 이 소식을 듣고 보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호소했다. 경기 고양시에서 맞벌이로 초2 아들을 키우는 이영주(37)씨도 “학교 밖이 더 위험하다고 생각해 어떻게든 학교 수업을 다 참여하도록 해왔는데 앞으로는 안전을 더 따져보고 고민해봐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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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권한대행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이번 사건을 직접 언급했다. 그는 “학교는 가장 안전해야 할 공간이기에 이번 사건은 더욱 안타깝고 마음이 아프다”며 “교육부와 관계 기관은 이번 사건을 철저히 조사하고 다시는 이와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필요한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주문했다.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은 심각한 정신질환을 가진 이가 교단에 설 수 없도록 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임 교육감은 자신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심각한 정신질환이면, 교단에 서서는 안 된다”며 “임용단계 중 검증, 근무 중 문제는 없는지, 주위 평가 등 걸러내는 방안을 준비하겠다”고 했다. 경남도교육청에서는 돌봄교실 하교 시스템을 점검하기로 했다. 학생이 학교 밖을 벗어날 때까지 모든 동선과 활동 공간을 면밀히 확인하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이번 사건 전에도 A씨의 폭력적인 행동에 대한 동료 교사들의 조치 요구가 있었고 사건 당일 교육청에서 장학사를 파견해 관련 사건에 대한 현장점검이 있었는데도 참극이 벌어진 점을 고려할 때 교육현장 즉각 분리와 같은 조치가 있었다면 막을 수 있었을 수 있다는 아쉬움도 나오고 있다. 서울교사노동조합은 “교육청의 적극적 개입이 있었다면 어제와 같은 비극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소위 ‘폭탄 교사’에 대한 교육청의 적극적 개입을 촉구한다”고 했다.
1급 정교사 자격증을 딴 후 정년퇴임 시까지 별다른 평가를 받지 않는 현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박주호 경인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10년 단위라든지 해서 교사를 상대로 인·적성 검사를 해 위험군인 사람에 대해서는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교직의 신뢰나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는 방안이 될 것”이라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