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행은 성공했다. 채권을 사겠다는 수요가 1400억원이나 몰렸고 롯데푸드는 계획보다 300억원 많은 1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30bp에 발행했다. 금융당국이 채권시장 안정화를 위해 20조원으로 조성한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 덕이 컸다.
채안펀드는 롯데푸드 3년물 회사채를 300억원어치를 사들이기로 했다. 채안펀드는 민평금리보다 20bp 높은 금리를 부른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참여자 중에서 채안펀드보다 높은 가격(+10bp)을 제시한 곳은 단 한 곳뿐이다.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31~38bp)을 제시한 자산운용사와 연기금은 밴드 내 금리를 불렀지만 롯데푸드 회사채 인수를 접었다. 롯데푸드는 채안펀드 덕분에 유리하게 1000억원을 조달하게 됐다.
채안펀드가 대기업 계열인 롯데푸드 회사채를 사기로 한 것은 여론을 의식한 결과로 보인다. 채안펀드가 여전채 매입 과정에서 가격 산정 방식을 둘러싼 논란 때문에 발행 일정이 늦어진 상황에 회사채 매입까지 늦어졌다간 채안펀드 역할 자체에 대한 비판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채안펀드의 행보는 금융당국의 논리와 맞지 않는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줄곧 “시장에서 먼저 자체 조달을 해본 후 안되면 지원 요청을 해야 한다”며 대기업과 금융회사는 시장에서 우선 조달하라고 강조했다. 채안펀드는 상황이 어려운 곳에 써야 할 돈이라는 것이다.
금융시장에서는 애초 채안펀드가 AA 등급 이상의 우량 회사채만 담겠다고 한 점부터 문제였다고 지적한다. 은행과 국책기관이 종잣돈을 댄 채안펀드가 손해를 안 보려 지나치게 보수적 잣대를 적용했다는 얘기다. 보통 회사채 시장에서 AAA등급은 공기업, AA등급은 대기업 계열사나 금융회사가 대부분이다. 채안펀드는 처음부터 대기업이나 금융회사 회사채를 인수하는 구조로 만들어 졌다는 뜻이다. 정작 인수자를 찾기 어려운 A등급이나 BBB등급 회사채는 회사채 신속인수제나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 등의 지연으로 여전히 시장에서 외면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