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가담' 혐의 軍지휘관들 재판 시작…前수방사령관 '무죄' 주장

이진우 전 수방사령관 등 공판준비기일 열려
"사전에 계엄 몰랐고 국헌 문란 목적 없었다"
"계엄의 위헌성 따질 여유도 없었다" 항변
박안수·곽종근 측, 자료 검토 미비로 추후 진술키로
윤 대통령·김 전 장관 재판 이후로 연기 요청도
  • 등록 2025-01-23 오후 5:04:10

    수정 2025-01-23 오후 5:05:22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지난해 12·3 비상계엄 사태에 가담해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구속기소된 군 지휘관들의 군사법원 재판이 시작됐다. 이들은 윤석열 대통령 및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재판 이후 자신들 사건을 심리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중앙지역군사법원은 23일 오전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의 내란중요임무종사 및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관련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공판준비기일은 본격적인 재판에 앞서 쟁점과 증거를 정리하는 절차다. 피고인의 출석 의무는 없지만 이 전 사령관은 전투복 차림으로 참석했다.

이 전 사령관 측은 사전에 계엄을 몰랐고, 국헌 문란의 목적이 없었으며, 계엄의 위헌성을 따질 여유가 없었다는 점 등을 들어 무죄를 주장했다.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는 점 등을 들어 보석 허가를 신청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결론 이후로 심의를 중단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특히 이 전 사령관 변호인은 “검찰총장까지 지낸 대통령이 직접 선포한 것이기 때문에 당연히 모든 법적 절차를 거친 합헌, 합법적 계엄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라며 “당시 피고인은 장관의 명령을 따르지 않았다면 오히려 항명죄가 됐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의 공소 자체가 비상계엄이 위법, 위헌이라는 전제로 피고인의 내란죄가 인정된다는 것”이라며 “헌재의 탄핵심판 결론이 어떻게 나올지 모르기 때문에 헌재 결정이 있을 때까지 본 건 심의는 일시 중단돼야 한다”라고 요청했다.

곽종근(오른쪽) 특전사령관과 이진우 수방사령관이 지난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의’에서 발언대에 나와 있다.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군검찰은 한 법원의 판단이 다른 법원의 판단을 기속하지 않는다는 점 등을 들어 재판을 신속하게 진행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박안수 육군참모총장, 곽종근 전 육군특수전사령관 등 다른 군인 피고인들의 재판과 병합해 심리해 달라고도 했다.

이날 오후에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열린 박 총장과 곽 전 사령관에 대한 준비기일에는 변호인들만 참석했다. 하지만 박 총장 측 변호인은 “관련 기록을 복사한 지 오래되지 않았다”라며 “전체적으로 보고 다음 기일에 전체적인 의견을 제시하겠다”라고 말했다. 곽 전 사령관 측 변호인 역시 “같은 입장”이라고 했다.

특히 곽 전 사령관 변호인은 “사령관들의 경우 피의자 윤석열, 피고인 김용현과 공범 관계일 수는 있지만 그보다는 약간 덜 중요한 위치에 있어 오히려 이 재판이 더 빨리 끝날 수 있다”면서 “윤 대통령과 김용현의 재판을 기다려 그 사건과 같이 재판하는 게 낫지 않느냐”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비상계엄에 가담한 또 다른 지휘관인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공판준비기일은 다음 달 4일 열린다. 이날 오전으로 예정돼 있던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에 대한 공판준비기일도 다음 달 4일로 연기됐다.

앞서 군 당국은 계엄 사태 직후 이들에 대한 직무를 정지하고, 지난 20일 박 총장을 제외한 장성들의 보직을 해임했다. 다음 달엔 계엄 가담 장성 5명에 대한 기소 휴직 등 추가 인사 조치가 이뤄질 예정이다. 형이 확정된 후에는 계엄 장성들에 대한 징계 절차도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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