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국은 지난해 12월 제5차 보험개혁회의에서 수수료 분급 기간을 3~7년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처음 제시하고 “수수료를 분급해 보험 계약 유지율을 높여 나가겠다”고 밝혔다. 판매 수수료 대부분이 계약 1~2년 차에 선지급하다 보니 3년 차 이후엔 수수료가 미미하거나 없어 설계사가 신계약 판매 위주로 영업하는 관행이 고착되고 계약 유지율이 떨어지는 고질병을 앓고 있다. 당국의 이번 보험 판매 수수료 개편으로 보험소비자로서는 계약 관리는 물론 수수료 비교를 통해 합리적인 보험상품을 선택할 길이 열릴 전망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보험계약 2년 유지율은 69.2%다. 계약의 30%가 2년 내 해지된다는 뜻이다. 싱가포르(96.5%)·일본(90.9%)·대만(90%) 등 주요국과 비교해 20%포인트 이상 낮은 수준이다. 수수료 선지급 기간이 끝나는 시점인 3년 유지율은 50%대로 떨어졌다. 설계사가 신계약 체결에 집중하면서 부당 승환(보험 계약 갈아타기), 잦은 설계사 이직 등의 문제도 함께 발생한다. 특히 GA 소속 설계사는 이른바 ‘1200% 룰(1년차 수수료 상한 규제)’을 적용받지 않아 고액 정착 지원금에 따라 이직을 반복하는 구조다.
이에 금융당국은 판매 수수료 중 유지 관리 수수료의 지급을 일단 2년간 ‘4년 분할’로 운용한 뒤 ‘7년 분할’ 체계로 확대하기로 했다. GA 소속 설계사에 1200% 룰도 적용한다. 금융당국은 중장기적으로 보험계약 유지·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계약 유지율을 높일 뿐 아니라 보험산업 신뢰도를 올릴 것으로 본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보험 상품을 팔아놓고 7년 안에 이탈(이직)하는 GA 설계사는 수수료를 온전히 받지 못하게 하고 대신 유지관리 책임이 있는 다른 설계사에게 수수료를 이전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했다. 유예기간을 두고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건 GA와 개편안을 두고 정면 대립하는 상황에서 내놓은 절충안으로 해석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선취 형태 수수료에서 해지율이 높은 건 사실이다. 분급으로 가면 유지율이 오를 여지는 있다”며 “다만 제도가 급격히 바뀌면 영업 조직의 혼란과 소비자 상품 접근성 저하도 우려된다”고 했다.
수수료 공개 실효성, 반신반의 시선도
수수료 공개 실효성을 두고는 ‘반신반의’하는 시선도 있다. 보험연구원 관계자는 “수수료를 가입자에게 알려주면 보장 구조나 내용보다 수수료가 낮은 상품을 고르는 경향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며 “수수료가 낮다는 이유만으로 좋은 상품이라 오인하는 소비 심리가 오히려 합리적 선택을 방해할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정보 비대칭이 줄어드는 만큼 불완전 판매를 억제하고 회계 투명성을 높이는 데는 일정한 효과가 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그는 “생존이 걸린 만큼 앞으로 더 적극적인 방법으로 반대해 나갈 것이다”며 “이미 당국과의 모든 논의를 보이콧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보험GA협회는 수수료 개편안 반대서명 운동을 진행하고 GA소속 설계사 13만여명의 서명을 확보했다. 협회는 국민동의청원을 시작해 5만명 이상의 동의를 확보하고 정책 철회를 촉구할 계획이다.
금융당국은 이달 30일 설명회를 열어 최종 개편안을 공개할 예정이다. 설명회 이후에도 업계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지난 28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계속 대화 중이고 일부 사안에 대해선 서로 이해를 넓혀가고 있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