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원다연 기자] 점유율 경쟁이 치열한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의 보수 인하 경쟁에 다시 불이 붙었다. 업계 2위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이 개인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몰리는 미국 대표지수 ETF에 대한 총보수를 파격적으로 인하하면서 운용사간 출혈경쟁 우려가 커지고 있다. 보수 인하는 단기적으로 투자자들에게 이득이 될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대형사 쏠림 현상을 심화시키고 상품 선택지를 줄일 수 있는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단 지적이 나온다.
 | (이미지=챗GP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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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미래에셋자산운용은 ‘TIGER 미국S&P500’과 ‘TIGER 미국나스닥100’ ETF 2종의 총보수를 연 0.0068%로 인하한다고 밝혔다. 이는 기존 0.07%의 10분의 1 수준으로, 동일 유형뿐 아니라 국내 상장된 전체 ETF 가운데 최저 보수다.
미국 대표 지수인 S&P500과 나스닥100을 추종하는 해당 ETF는 미국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개인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몰리고 있는 상품들이다. TIGER 미국S&P500는 지난해 국내 전체 ETF 중 개인 누적 순매수 규모가 가장 컸다. 개인 투자자들은 지난해 TIGER 미국S&P500를 1조 8930억원 규모 순매수했고, TIGER 미국나스닥100도 6770억원 규모 순매수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이번 보수 인하에 대해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투자 기회를 확대하는 차원이라고 밝혔다.
다만 업계에선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이같은 파격적인 보수 인하가 업계 1위인 삼성자산운용과의 정면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조치로 보고 있다. 미국 대표지수 ETF를 당초 토탈리턴(TR)형으로 내놓았던 삼성자산운용이 정부의 세법 개정에 따라 이들 상품을 프라이스리턴(PR)형으로 전환하면서, 미래에셋자산운용과 삼성자산운용은 동일 유형 상품을 놓고 정면으로 경쟁하게 됐다. 특히 삼성자산운용은 지난해 4월 TR형의 장기투자 효과를 알린다는 명분을 내세워 미국 대표지수 상품의 총보수를 기존 0.05%에서 동일 유형 최저 수준인 0.0099%로 인하 했고, 지난달 PR형으로 상품을 전환하면서도 최저 총보수는 유지했다. 그런데 이날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총보수를 재차 0.0068% 수준까지 낮추면서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다시 최저보수 타이틀을 가져가게 된 것이다.
전일 기준 삼성자산운용의 ETF 시장 점유율은 38.1%,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점유율은 35.6%로 두 회사간 격차는 2.5%포인트에 불과하다. 업계에 따르면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은 최근 전체 경영진을 모은 자리에서 “ETF 업계를 선도하는 회사가 돼야 한다”고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미국 대표지수 추종 ETF는 상품간 차이가 없는 만큼 투자자들 입장에선 보수가 저렴한 상품으로 옮겨가려는 니즈가 클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자산운용 관계자는 “추이를 보고 다양한 대응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이같은 보수 인하 경쟁이 결국 전체 ETF 시장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것이란 비판적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미래운용은 지난해 경쟁사의 보수 인하를 겨냥해 보수 인하 경쟁을 하지 않겠다고 하더니 이렇게 보수 인하에 나서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이준용 미래에셋운용 부회장은 지난해 6월 기자간담회에서 당시 미국 대표지수 ETF에 대한 보수 인하에 나선 삼성자산운용을 겨냥해 이같은 취지의 발언을 했다.
또 다른 운용사 관계자는 “저보수 경쟁으로 이어지면 이를 감당할 여력이 있는 대형사와 중소형사간 격차는 더 벌어질 수 밖에 없다”며 “장기적으로 새로운 상품을 개발하는 노력이 위축되고 상품 선택지가 줄면서 투자자들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 (자료: 한국거래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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