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혜선 기자] 일본 쌀값 폭등이 좀처럼 잡히지 않는 가운데 ‘쌀이 많아 살 필요가 없다’는 취지의 망언으로 경질된 일본 농림수산상 후임에 ‘펀쿨섹좌’ 고이즈미 신지로 중의원이 임명됐다.
 | 고이즈미 신지로 (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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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NHK 등 일본 매체에 따르면,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취임 기자회견에서 “다음 주로 예정돼 있던 비축미 입찰을 일단 중단하고, 수의계약 하에서 어떤 조건으로 판매할 수 있을지 등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신속히 정리하라는 지시를 사무 당국에 내렸다”고 밝혔다.
전임이었던 에토 다쿠 전 농림수산상은 최근 “저는 쌀은 사본 적이 없다. 지원자분들이 쌀을 많이 주신다. 집에 팔 정도로 있다”고 발언했다가 뭇매를 맞고 경질됐다. 이후 이시바 시게루 총리는 6선 중의원이자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의 차남 고이즈미 신지로를 신임 농림수산상으로 기용했다.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우선은 쌀값 인하를 실현하겠다”며 기존 비축미 매각 방식을 ‘경쟁 입찰’에서 수의계약으로 변경을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그동안 일본에서는 비축미를 매각할 때 높은 가격을 제시한 업체에 판매하는 경쟁 입찰을 도입해왔는데, 업체는 비축미를 더 비싼 가격에 유통해 쌀값 안정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일본 내 쌀값이 1년 내 두배 이상 폭등한 지역도 있다고 지적하며 “난 1년간 물가 상승을 체감한 국민이 많지만, 1년 새 두 배로 오른 상품은 드물다”고 말했다. 이어 “중요한 것은 지금 가격에서 얼마나 내렸는지가 아니라, 폭등 이전의 가격 수준을 잊지 않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쌀값을 낮춘 뒤) 쌀이 남았을 경우 어떻게 할지, 수출이나 새로운 수요 창출 등을 포함해 검토하고, 농가에 대한 안전망 역시 농림수산성 전체 차원에서 다루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일본에서는 최근 쌀값이 폭등해 전년 동기 대비 2배 이상 쌀값이 오른 지역이 있는 등 물가가 잡히지 않고 있다. 일본 정부에서는 지난 3월 비축미 21만 톤을 시장에 풀었지만 실제 소비 현장에 전달된 물량은 10%를 겨우 넘는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고이즈미 전 총리의 아들로 2019년부터 2년간 환경상을 지냈다. 환경상 시절 기후변화 대응 질문에 “펀(Fun)하고 쿨(Cool)하고 섹시(Sexy)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답하는 다소 황당한 답변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