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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을 지지하는 대구 남구 거주 이모(60대) 씨는 “계엄이 보통 일은 아니지 않느냐. 아무도 안 다쳤으니 다행이라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그런데 보수 어르신들은 그것도 모르고 (이재명) 욕만 한다”고 말했다. 이어 “남편은 국민의힘 지지자다. 그렇다 보니 집에서는 아예 정치 얘기도 안 하고 정치 뉴스도 안 본다”고 덧붙였다.
대구 시민들은 지지 정당을 막론하고 이씨와 같이 회사나 가정에서 정치 얘기를 꺼린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상대 정당에 대한 반감으로 특정 정당을 응원하거나 계엄으로 말미암은 극단 성향이 두드러져 서로 말을 섞기 부담스럽다는 이유에서다.
직장인 강모(42) 씨도 “회사 사람들은 평소에도 윤석열 전 대통령을 지지한다는 얘기를 많이 했다”며 “계엄 당시에도 잠깐 윤석열을 욕하다가 나중 되니까 다시 그쪽으로 돌아서는 분이 많았다”고 밝혔다. 그는 “아이를 낳아보니 정치적인 색깔을 지우고 정책이나 공약을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언급했다. 강씨는 4살과 2살 아이를 두고 있다.
국민의힘 지지자도 민주당 지지자와 껄끄럽긴 마찬가지다. 대구에 거주하는 아들과 쇼핑을 나온 이모(65) 씨는 “이재명을 지지하는 사람들과는 이야기를 잘 안 한다”며 “그런 사람(이재명)이 되면 세상은 망할 거다. 자기만의 법을 만들고 자기 밥그릇만 챙기면 되겠느냐”고 비판했다. 최근 이 후보 사법리스크로 인해 민주당에서 대통령 탄핵소추권 관련 각종 법안을 발의한 걸 염두에 둔 발언이다.
민심은 둘로 갈라서고 있지만 이 후보는 이날 경북과 대구 지역 연설마다 40분가량의 긴 시간 동안 ‘통합’을 줄기차게 강조했다.
이 후보는 이날 오전 경북 김천의 김천·구미역 광장에서 “박정희 정책이면 어떻고 김대중 정책이면 어떤가”라면서 “필요하면 쓰고 불필요하고 비효율적이면 버리는 것이다. 진영과 이념이 뭐가 중요한가”라며 그간 강조해왔던 ‘탈 이념성’을 다시 한 번 짚었다.
경북 안동이 고향인 이 후보는 또 “‘우리가 남이가’라는 소리는 많이 하는데, 왜 이재명에 대해서는 ‘우리가 남이가’ 소리를 안 해주냐”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대구 지역 연설에서는 “맹목적으로 파랑이니 빨강이니 무조건 찍어주면 주인으로 높이 보지 않는다. 좀 바꿔서 써봐라. 신상(품)도 좀 써보라”며 웃어 보였다.
민주당 험지에서 지지 호소…보수 인사들도 힘 보태
이 후보가 TK 지역을 방문한 것은 지난 9∼10일 경청 투어를 통해 경북 경주시 등을 연달아 방문한 이후 나흘 만이다. 12·3 비상계엄 이후 커진 보수 세력 내의 균열을 파고들어 민주당의 험지로 불리는 TK지역에서 6·3 대선 승리는 물론 향후 정치 지형까지 바꾸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 대선 당시 대구(21.6%)에 이어 경북에서 두 번째로 낮은 득표율(23.8%)를 기록한 바 있다.
보수 인사들도 이 후보 유세에 총출동하며 지지를 호소해 눈길을 끌었다.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3선 국회의원 출신인 권오을 민주당 중앙선대위 국민대통합위원장은 이날 김천·구미역 광장에서 “박정희 대통령께서 ‘이번은 이재명이다’ 말씀하셨다”면서 “육영수 여사님께 ‘어떻게 하면 이재명을 대통령으로 만들 수 있냐’고 여쭤봤더니 ‘당당하고 떳떳하게 기호 1번 이재명을 외치라’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이날 구미시를 시작으로 대구, 경북 포항시, 울산을 차례로 방문한다. 조승래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국가 주도 산업화 중심지를 방문하는 이날 일정은 국민 통합과 지역 균형 발전을 반드시 이뤄내겠다는 이 후보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