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세금체납’과의 전면전에 들어갔다. 이재명 대통령이 후보 시절에 공약 이행 재원 마련책 가운데 하나로 ‘세금체납’을 언급했던 만큼, 새 정부 출범 후 발 빠르게 체납징수 강화에 나선 모양새다.
배낭가방, 은행금고…꽁꽁 숨겨도 ‘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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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은 고액상습체납자 710명을 선정해 재산추적 조사를 벌인다고 10일 밝혔다. 이들이 체납한 세금만 1조원 이상이다.
유형별로 보면 △위장이혼, 특수관계 종교단체 기부, 편법 배당 등으로 강제징수를 회피한 체납자 224명 △차명계좌·명의신탁부동산으로 은닉하거나 은행 대여금고에 재산을 숨긴 체납자 124명 △해외 도박을 하거나 명품가방 사고, 주소지를 위장해 고가주택에 거주하는 등 호화사치 체납자 362명 등이다. 이들 중 일부는 이미 추적조사가 끝났고 나머지는 조사 진행 중이다.
B씨는 수도권의 한 아파트를 팔아 남긴 이익을 낮춰 허위신고한 사실이 적발돼 양도소득세를 부과받자 양도세 고지서 수령 직후 협의이혼하곤 본인 소유의 다른 아파트는 배우자에 재산분할 형식으로 증여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배우자와 같은 곳에서 살아 ‘위장이혼’임을 눈치챈 국세청은 A씨가 빼돌린 재산을 돌려받기 위해 A씨 배우자에 소송을 제기하고 A씨가 증여한 아파트를 처분할 수 없게 했다.
밀린 세금은 내지 않고 VIP고객용 은행 대여금고를 개설해 현금, 고액 수표, 골드바 등을 숨겨놓은 체납자도 사정권에 들었다. C씨는 사채업을 하면서 수십억원의 이자수입에 종합소득세를 내지 않았다. B씨는 세무조사가 진행되자 수차례에 걸쳐 현금·고액수표를 인출해 은행 대여금고에 숨겼지만 현장수색을 통해 현금 수억원, 수표 십수억원을 압류당했다.
체납액 100조 넘지만…고삐 죄어도 ‘한계’
국세청은 탐문·잠복·수색 등 체납징수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고가 미술품, 수입명차 리스, 상속지분 포기 등 신종 수법으로 재산을 빼돌린 체납세금을 찾으려 지난해 벌인 현장수색만 2064회에 달한다. 이러한 재산추적조사로 작년 총 2조 8000억원 상당의 현금 징수·채권 확보 성과를 냈다. 빼돌린 재산을 반환받기 위해 민사소송 1084건을 제기하고 423명엔 범칙처분했다.
향후엔 고액상습체납자에 대한 추적 고삐를 더욱 당길 방침이다. 이 대통령이 공약 이행을 위한 재원 마련 대책으로 자연 세수 증가분과 재정지출 구조조정, 세금 체납정리와 탈세 적발을 꼽은 까닭이다. 체납징수 총력전으로 세수 확보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국세청이 체납세금과의 전면전에 나서더라도 향후 5년간 증세 없이 210조원에 달하는 공약 재원을 마련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단 평가가 지배적이다.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2023년 누계 체납액은 106조 597억원으로, 133만6759명(524만8272건)이 세금을 체납했다. 하지만 같은 해 국세청이 받아낸 체납 세금은 11조 7272억원으로 전체 체납액의 10% 수준에 불과했다. 세무업계 관계자는 “경기침체 장기화로 폐업했거나 망해서 정말로 세금을 낼 여력이 없는 이들이 상당하다”며 “체납징수를 강화해도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안덕수 국세청 징세법무국장은 “고액·상습체납자의 은닉재산 추적·징수는 국세청의 노력뿐만 아니라 국민들의 자발적 신고도 중요하다”면서 “국세청 누리집 등에 공개된 고액·상습 체납자 명단 등을 참고해 적극 신고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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