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日기업 총수 회동…토요타 美 생산 자동차 역수입 방침 등 전달

[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방일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일본 주요 기업 경영진이 28일 밤 도쿄에서 만난다. 일본 측에서는 토요타자동차와 미쓰비시상사 등의 수뇌부가 참석, 적극적인 대미 투자를 강조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28일 일본 도쿄 남부 요코스카에 위치한 미 해군 요코스카 기지에서 항공모함 USS 조지 워싱턴을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옆에서 연설하고 있다.(사진=AP연합뉴스)

28일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밤 일본 기업인들과 회동을 갖는다. 이 자리에는 도요타 아키오 토요타자동차 회장을 비롯해 미쓰비시상사, 소니그룹, 전일본공수(ANA)홀딩스, 이토추상사 등 수십 개 기업의 경영진이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도요타 회장은 미국에서 생산한 차량을 일본으로 수입해 일본 판매망에서 판매하는 방침을 미국 측에 제안할 예정이다. 현재 일본에서 판매하지 않는 세단 캠리, 미니밴 시에나 등의 차종이 후보로 거론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미국 자동차가 일본에서 잘 팔리지 않는다고 불만을 토로해 왔다. 토요타자동차의 이 같은 제안은 일본 기업이 미국의 대일 무역적자 축소에 기여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조치로 풀이된다.

이날 오전 미일 정상회담이 열린 도쿄 모토아카사카 영빈관 외부에는 미국 포드의 픽업트럭 F-150과 미국에서 생산한 토요타 자동차의 캠리가 전시되기도 했다. F-150은 미국 자동차 산업 전성기를 상징하는 모델이다. 현재도 판매되는 F-150을 일본 정부가 100대 정도 구매할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공영방송 NHK는 차량 전시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의 불만을 고려한 조치라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일을 앞두고 일본 기업의 미국 투자 발표도 잇따랐다. 에너지 분야에서는 일본 최대 전력회사 JERA가 23일 미국에서 15억달러를 투자하여 셰일가스전 지분을 취득한다고 발표했다. 미국 당국의 인허가를 받아 연애 지분 취득을 완료할 전망이다. JERA는 오는 2030년부터 연간 550만톤(t)규모의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도 수입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아울러 미국 알래스카에서 미국 에너지 회사인 글렌펀 등이 계획한 LNG 프로젝트에서 LNG 조달도 검토 중이다. 도쿄가스도 24일 조달을 검토하는 관심 표명서를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도쿄가스는 2026년 최종 투자 결정을 목표로 하며 2030년쯤 상업 운전을 시작할 계획이다.

조선 분야도 경제안보 측면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일본과 미국 정부는 조선 역량 강화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방침이다. 양국은 실무 그룹을 구성하고, 조선업 등 미국 해양산업에 대한 투자 촉진을 포함할 계획이라고 닛케이는 전했다. 일본 조선업계는 미일 조선 협력을 기대하며 일본의 제조 능력 확대에 3500억엔을 투자하겠다는 의향을 밝혔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일본 기업들의 대미 투자도 확대되는 추세다. 히타치제작소는 미국에 10억달러 이상을 투자하는 정책을 발표했다. 버지니아주에 전력용 변압기 공장을 신설, 2027년 말까지 가동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펜실베이니아와 테네시주 등 기존 공장을 확장, 미국에서 수천 명을 신규 고용할 방침이다.

후지필름은 미국 내 바이오의약품 수탁개발·제조(CDMO) 공장에 총 32억 달러를 투자한다. 이 공장은 암이나 면역질환 치료에 사용되는 바이오의약품의 위탁 생산기지로, 미국 내 최대 규모가 될 전망이다.

다케다제약은 트럼프 대통령이 의약품에 대한 관세 도입을 언급한 이후 미국 내 제조 거점과 연구개발 등에 향후 5년간 30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다이이찌산쿄는 오하이오주에 있는 의약품 공장에 3억5000만 달러를 투자해 새로운 제조 설비와 연구소를 건설하고, 2027년까지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항공 업계에서는 아나홀딩스, 일본항공(JAL), 스카이마크가 향후 사업 확장을 위해 보잉제 항공기를 총 약 100대 구매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일본 재무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발동된 이후 첫 6개월에 해당하는 2025년도 상반기(4~9월)의 대미 무역흑자는 전년 동기 대비 22.6% 감소한 3조3222억엔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이후 가장 큰 감소폭이다.

닛케이는 “미일 간 관세 협상이 합의됐지만 대미 무역 흑자가 확대되면 갈등이 재점화할 우려도 있다”고 짚었다.

일부 일본 기업은 주일 미국대사관으로부터 내년 7월4일 미국 독립 250주년을 기념하는 기부 요청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각 기업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강조하는 ‘거래의 성과’를 연출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고 닛케이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