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부회장은 현재 국내 기업들이 대내적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촉발한 관세 전쟁 이후 주요국이 보호주의로 돌아서면서 수출 중심인 한국 경제도 녹록지 않은 상황에 처했다는 지적이다. 반도체, 자동차 등 한국이 우위를 점한 분야에서는 중국 추격이 거세지면서 국내외 시장에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대내적으로는 정치적 불확실성이 이어지며 내수 침체기가 길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 현안이 기업에 추가 부담을 안기고 있다는 것이 경영계의 시각이다.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21대와 22대 국회에서 두 차례 최종 폐기된 바 있지만 최근 민주당이 개정안을 재발의하고 입법 추진을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이 부회장은 “하청 노조가 원청을 상대로 교섭권을 행사할 경우 원청 기업이 하청과의 거래를 단절할 가능성이 높다”며 “결과적으로 하청업체 근로자들에게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했다. 또한 “개정안은 쟁의 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고 있는데 이는 헌법상 재산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며 법리적 문제점도 지적했다.
경영계는 이를 법으로 강제하는 대신 노사 합의를 통해 자율적으로 도입할 수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부회장은 “주 40시간제 근무를 전제로 한 유연한 운영은 기업들이 충분히 수용할 수 있다”면서 “노동생산성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 대비 낮은 상황에서 근로시간을 강제로 단축하거나 법제화할 경우 기업의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근 화두로 떠오른 정년 연장에 대해서는 “정년 연장은 저출산·고령화 사회에서 필요한 조치일 수 있다”면서도 이에 앞서 한국 노동시장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혁하는 것이 우선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 부회장은 “미국처럼 고용의 유연성이 담보되지 않는 한국 현실에서 무리한 정년 연장은 기업의 인건비 부담만 가중시킬 것”이라며 “고용의 유연성과 임금 체계 개편을 전제로 한 전향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행 연공급 임금체계를 직무·성과 중심으로 개편하고, 법정 정년 연장보다 ‘퇴직 후 재고용’ 등 고령자 고용정책을 추진하는 방안이 현실적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