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정부가 지역의료 붕괴를 막을 히든카드로 꺼낸 국립대병원 육성책이 16개월째 답보상태다. 국립대병원의 소관 부처를 현재 교육부에서 보건복지부로 변경 후 예산 투입 등이 가능하지만 국회 논의가 지연되면서 의료개혁에도 차질을 빚고 있는 것이다.
11일 국회 등에 따르면 김민전 국민의힘 의원과 장종택, 강선우,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은 ‘국립대학병원 설치법’, ‘서울대학병원 설치법’, ‘국립대학치과병원 설치법’, ‘서울대학치과병원 설치법’ 등 4개 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 이주호(왼쪽)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와 보건복지위원회의 ‘의과대학 교육 점검 연석 청문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사진=노진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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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0월 정부가 발표한 ‘필수의료 혁신전략’의 일환으로 현재 관리체계 기본 틀을 유지하되 국립대병원 소관 부처를 교육부에서 복지부로 변경하고 운영비 국고지원의 근거 규정을 마련하는 것이 골자다. 하지만 국립대병원 교수들의 반대 여론 등이 일자 국회 교육위원회 위원들도 선뜻 나서지 못하는 모양새다. 한 야당 관계자는 “여·야간의 견해차가 아닌 교육위 의원들 사이에 이견이 있다”며 “충분한 논의 후 법 통과가 가능해 이관이 빨리 이뤄지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장에서 우려하는 것은 교육부에서 지원받아온 연구지원사업의 중단이다. 실제로 제주대병원 관계자는 “병원 입장에선 복지로 이관되는 것에 긍정적이지만 교수들 입장에선 연구지원 사업 등의 지원이 끊기지 않을까를 우려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현재 기타공공기관이지만 이관 이후 공공기관에서 해제 시 인건비나 정원이 줄어 운영 차질이 빚어지지 않을까에 대한 우려도 크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이는 사실과 전혀 다르다고 했다. 국립대병원은 재정적자가 매년 반복되고 있다. 교육부의 국립대병원 지원규모는 2023년 기준 663억원으로 18년 전인 2006년(563억원)보다 100억원 늘었을 뿐이다. 이렇다 보니 몇몇 국립대병원은 재정적인 문제로 자기공명영상(MRI) 촬영 장비나 고압산소치료기 등을 확보하지 못해 치료가 몇 개월씩 미뤄지는 곳이 적지 않았고 환자들은 지역이 아닌 수도권 대형병원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실제로 지역 내 의료 이용율은 2021년 기준 서울 89.2%, 충남 66.4%, 경북 63.4% 등으로 20%포인트 이상 격차를 보이고 있다.
정부는 올해부터 지역 국립대병원에 연간 2000억원을 집중 투자해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대병원 등과 같은 ‘빅5’ 병원 수준으로 육성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국립대병원이 교육부 소관으로 있는 한 포괄적 투자와 지원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복지부가 연구개발(R&D) 법령·제도를 보유하고 있고 가장 많은 보건의료 R&D 예산을 투자 중인 만큼 국립대병원에 대한 전폭적 투자가 가능하다”며 “의사과학자 등 진료-연구 병행 인력에 대한 지원도 강화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또 기타공공기관 해제 불안감에 대해서는 “정원을 자율적으로 운영되는 상황이 되니 정원은 감소가 아닌 사실상 늘어날 가능성이 더 크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