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미국의 5월 소매판매가 전월보다 0.9% 줄어들며 시장 예상치를 밑돌았다. 소비자들은 자동차와 휘발유 소비를 줄이는 등 지갑을 닫았고, 경기 불확실성 속에 지출을 신중히 조절하는 모습이다. 지난 4월 관세 정책이 본격적으로 시행되기 전 소비자들이 앞당겨 소비를 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17일(현지시간) 미 상무부는 계절조정 기준 5월 소매판매가 전달보다 0.9%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는 시장 예상치였던 0.6% 감소보다 큰 폭으로 줄어든 수치다. 4월에도 0.1% 감소세를 보인 바 있다.
자동차를 제외한 소매판매는 0.3% 줄어 전문가들이 예상한 0.1% 증가보다 부진했다. 반면 변동성이 큰 자동차, 건축자재, 주유소 등을 제외한 ‘통제 그룹(control group)’ 기준 판매는 0.4% 증가했다. 이 수치는 국내총생산(GDP) 산출에 반영되는 핵심 지표다.
품목별로는 건축자재 및 원예 용품 매장이 2.7% 감소했고, 에너지 가격 하락의 영향으로 주유소 매출도 2% 줄었다. 자동차 및 부품 매출은 3.5% 감소했으며, 음식점과 술집 매출도 0.9% 감소했다. 반면 기타 소매업체는 2.9%, 온라인 쇼핑은 0.9%, 가구점은 1.2% 각각 증가했다.
이 같은 소매 지표 부진에도 불구하고 5월 소비자심리지수는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과 지정학적 불확실성, 경기 둔화 우려 등이 소비에 부담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헤더 롱 네이비페더럴 신용조합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인들은 3월 관세 이전에 자동차를 미리 구입했고, 5월에는 지출을 줄였다”며 “소비자들은 가격에 민감해졌고, 좋은 조건이 아니면 구매를 주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1분기 GDP는 연율 기준 0.2% 감소했으나, 이후 반등할 것으로 보인다.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의 GDPNow 추산치는 2분기 성장률을 3.8%로 예상하고 있으며, 이는 이번 발표 이후 다시 조정될 예정이다.
한편, 같은 날 발표된 수입물가는 전월 대비 보합(0.0%)을 기록해 0.1% 하락 전망보다 양호했으며, 수출물가는 0.9%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