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마켓in 송재민 기자] 국내 벤처투자 시장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법인을 해외로 이전하는 ‘플립(Flip)’을 선택하는 스타트업들이 늘고 있다. 고금리 기조가 지속되며 벤처캐피탈(VC) 투자 집행이 위축된 데다 기업공개(IPO) 시장마저 얼어붙으면서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플립이 모든 스타트업에 적절한 해법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13일 벤처투자업계에 따르면 무신사, 비바리퍼블리카, 야놀자, 두나무 등 국내 스타트업들이 나스닥 상장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해외 진출에 대한 국내 벤처업계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플립은 한국에서 설립한 법인을 해외로 옮기고, 기존 한국 법인은 해외 본사의 자회사로 전환하는 구조다. 웹툰엔터테인먼트는 플립 전략을 활용한 대표적인 사례다. 이 회사는 원래 네이버웹툰의 미국 자회사였으나,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해 미국 법인을 본사로 변경했다. 이후 웹툰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6월 미국 나스닥에 상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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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립 과정에서 기존 주주들은 의도치 않은 엑시트(투자금 회수) 상황에 놓이게 된다. 국내 투자자들은 보통 기업의 미래 가치를 보고 장기적인 성장 가능성을 고려해 투자하지만, 플립을 단행할 경우 청산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과정에서 양도소득세를 부담해야 하는데, 현금 유입 없이 세금만 내야 하는 구조가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
국내 스타트업이 글로벌 확장을 위해 해외로 법인을 옮기더라도 국내 기관투자자들의 후속 투자를 받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결국 플립을 선택한 기업들은 미국 및 해외 VC들로부터만 추가 투자를 유치해야 하는데, 현재 글로벌 벤처 투자 시장도 위축된 상태라 자금 조달이 쉽지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장은 “플립이 성공하려면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확실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며 “단순히 국내 시장 침체를 이유로 해외로 이전한다고 해서 투자 유치가 쉬워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국내 시장이 감당하기 어려운 규모의 사업을 전개하는 기업이라면 해외 이전이 유리할 수 있지만 지금은 이를 논할 단계는 아니라고 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