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현식 기자] “의도치 않게 12·3 비상계엄으로 인한 격동의 6개월이 전시를 준비한 기간과 겹쳤고, 종교와 신앙이 이 사회를 다시 정화시키는 데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작품에 녹이게 됐습니다.”
 | 도현우 신부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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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성훈 신부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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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현우 신부는 4일 서울 중구 명동성당 지하 1층 갤러리1898에서 열린 ‘축성(祝聖)의 서예가, 심성필성(心聖筆聖) 작품 총서 출판기념전’ 기자간담회에서 전시 준비 과정을 돌아보며 이 같이 밝혔다.
‘축성의 서예가, 심성필성 작품 총서 출판기념전’은 정성훈(안식년)·도현우(교하본당주임)·한만옥(성사전담사제)·용하진(제7지구장) 등 천주교의정부교구 소속 신부 4명이 함께 준비한 서예작품 전시회다. 이동천 미술품감정학 박사에게 서예를 배운 이들은 각각 20점씩 총 80점으로 구성한 작품집 발간을 기념한 전시로 관람객들과 만난다.
도현우 신부는 ‘수양’을 전시 주제로 잡고 ‘너희는 멈추고 내가 하느님임을 알아라’, ‘노기, 폐심지목’ 등을 출품한다. 그는 “가치관이 혼탁해지고, 상식 자체가 오염된 세상 속에서 제대로 된 성찰 없이는 공멸의 길로 빠지게 될 것이라는 위기감을 느꼈다”고 했다. 그러면서 “잠시 멈춤의 시간을 가지고 우리가 지금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살펴보자는 주제의식을 작품에 담았다”고 밝혔다.
 | 왼쪽부터 정성훈·한만옥·도현우 신부(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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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는 오는 20일부터 8월 17일까지 갤러리1898에서 열린다. 정성훈(6월 20~29일), 도현우(7월 4~13일), 한만옥(7월 18~27일), 용하진(8월 8~17일) 신부가 ‘전번필법’과 ‘신경필법’을 바탕으로 한 서예작품들로 구성한 개인전을 차례로 선보이는 방식이다.
도현우 신부는 전시명에 포함한 ‘축성’에 대해 “‘하느님의 거룩함을 담을 수 있도록 기원한다’는 의미”라며 “서예가 신부들이 우리 사회가 축성되길 바라는 뜻을 담아 붓글씨라는 행위에 임했다는 것을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심성필성’에 관해선 “서예를 탐구하면서 가졌던 마음”이라며 “마음이 거룩해지면, 글씨도 거룩해지고, 반대로 글씨가 거룩해지면 마음이 거룩해진다는 뜻”이라고 부연했다.
 | 한만옥 신부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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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용하진 신부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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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개인전에 나서는 정성훈 신부는 ‘미사’를 개인전의 주제로 잡고 ‘아멘’, ‘천주적 고양’ 등의 작품을 내건다. 정성훈 신부는 “붓글씨 시간은 곧 기도하는 시간이기도 했다”며 “성경구절과 미사경문을 글로 쓰며 개인만이 아닌 고통받는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함께 기도하고 있다는 마음을 드러내고자 했다”고 밝혔다.
세 번째 주자인 한만옥 신부의 전시 주제는 ‘천지창조’다. 그는 “환경 파괴와 기후재앙이 현실로 다가온 지금, 하느님께서 만드신 세상을 잘 보존하고 가꿔야 한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소개했다.
12·3 비상계엄 및 조기 대선 정국과 맞물린 작업 기간을 돌아보면서는 “사회적으로 불안한 상황 속에서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하느님의 힘을 빌리는 것뿐이었다”면서 “오늘 새 대통령이 선출되었는데, 앞으로 계파를 초월한 소통을 통해 합의점을 이끌어낼 수 있는 사회가 되길 간절히 바란다”고 밝혔다.
마지막 주자인 용하진 신부는 ‘만남’을 주제로 한 서예작품들로 전시 공간을 꾸민다. 출품작은 ‘나는 있는 나다’, ‘한적한 곳으로 가서 함께 쉬자’ 등이다. 개인 사정으로 인해 이날 간담회에는 불참했다.
이번 전시 현장에서는 작품을 활용해 제작한 굿즈 판매도 진행한다. 수익금은 전액 기부 예정이다. 도현우 신부는 “관람객들이 서예작품을 통해 풍성한 정서적 기운을 받으며 영혼이 건강해지는 경험을 하셨으면 좋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