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고령층 부채 급증 상황이 던지는 경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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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대 이상 채무조정 5년새 93% 증가
개인 문제 넘어 금융 리스크로
  • 등록 2026-03-17 오후 4:03:01

    수정 2026-03-17 오후 7:27:48

[이데일리 김국배 기자] 지난해 채무 조정 확정자가 18만명을 넘었다. 조정 금액만 10조원에 이른다. 그 중에서도 눈에 띄는 건 60대 이상 채무조정 확정자가 5년새 93%가 늘었다는 사실이다. 빚을 내 버티는 것조차 힘든 고령층이 그만큼 빠르게 늘고 있다는 뜻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우리나라에서 노인 자살의 제일 큰 원인은 빈곤”이라고 말한 것도 결국 같은 현실을 가리킨다.

(이미지=챗GPT)
한국의 고령층은 소득은 급격히 줄어드는 반면 생활비 등 지출은 오히려 늘어나는 ‘비대칭 구조’에 놓여 있다. 국민연금 수급액은 생계를 꾸리기에 턱없이 부족한데 의료비와 돌봄 비용은 갈수록 무거워진다. 여기에 고금리 환경까지 더해져 기존 대출의 이자 부담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결국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해 다시 빚을 내는 악순환의 고리가 이어진다.

금융당국은 채무조정 확대를 통해 숨통을 틔워주고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사후 처방에 가깝다. 채무조정 신청이 늘었다는 것은 제도가 작동하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하지만, 이미 그 전 단계에서 많은 고령층이 ‘버티기 한계선’을 넘고 있다는 방증이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다. 베이비붐 세대가 본격적으로 고령층에 진입하면서 이 흐름은 더욱 가팔라질 가능성이 높다. 지금의 속도라면 고령층 부채는 단순한 개인 문제가 아니라 금융 시스템 전반의 리스크로 번질 수 있다. 이미 일부 금융권에서는 “연체 이전 단계의 고령 차주 관리가 핵심 리스크가 될 것”이라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해법의 방향은 분명하다. 채무를 덜어주는 정책만으로는 부족하다. 노후 소득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구조, 의료·돌봄 비용 부담을 완화하는 정책, 고령층에 맞는 금융 상품과 신용관리 체계가 함께 설계돼야 한다. 무엇보다 ‘빚을 지지 않아도 되는 노후’를 만드는 것이 정책의 출발점이 돼야 한다.

고령층 부채 문제는 어느 날 갑자기 불거진 위기가 아니다. 오랫동안 누적된 구조적 취약성이 한꺼번에 수면 위로 드러난 결과다. 지금 필요한 것은 단기 처방이 아니라 노후를 둘러싼 금융·복지 시스템 전반을 다시 설계하는 일이다. 그렇지 않으면 ‘은퇴 후 빚더미’는 더 이상 일부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내일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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