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정현 기자] 한국 증시가 미국 증시 대비 강세를 이어가며 2580선을 회복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압박이 여전한 가운데 미국발 물가 쇼크가 금융시장을 덮쳤음에도 3거래일 연속 상승에 성공했다. 시가총액 규모가 큰 대형주를 중심으로 반등 흐름이 강하게 나타나면서다.
13일 엠피닥터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36%(34.78포인트) 오른 2583.17에 장을 마감했다. 지난 11일 이후 3거래일 연속 상승이다. 종가기준 코스피 지수가 2580선을 넘긴 것은 지난해 10월29일 이후 처음이다. 코스피 시장 거래대금 역시 전일 대비 3조 원 이상 늘어나 16조8000억원을 넘어서며 지난해 8월5일 블랙먼데이 당시 기록한 18조7820억원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
|
예상보다 강했던 1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결과가 금리 인하 기대감을 꺾었으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종전 기대감과 자동차 등에 대한 관세 압박 완화, 정책 수혜가 부각된 2차전지 등 호재가 쏟아진 덕이다. 악재보다 호재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코스닥 지수 역시 0.55% 상승한 749.28에 마감하며 750선 회복을 목전에 뒀다.
투자심리는 대형주에 집중됐다. 물가 압박에 금리 인하 시기가 다시 미뤄질 경우 중·소형주에서 대형주 장세로 로테이션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삼성전자(005930)가 보합 마감한 가운데 시가총액 2위 SK하이닉스(000660)는 이날에만 4.83% 올랐으며 2차전지 대장주 LG에너지솔루션(373220)은 5.76% 올랐다. 자동차 대장주인 현대차(005380) 역시 5.25% 올랐다. 모두 외국인 수급이 집중된 종목이다.
큰 형님들이 힘을 내준 덕이 주요 대형종목을 추종하는 코스피 대형주 지수는 이날에만 4.05% 오르며 1.70% 오른 소형주 대비 상승폭이 높았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매크로 보다는 산업과 업종별 이슈 시장이 움직이는 업종 장세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며 “그동안 소외되었던 이차전지, 화학, 자동차 등 낙폭과대 업종으로 온기가 전달되는 양상”이라 진단했다.
지난해 최악의 성적을 거뒀던 한국 증시는 올해 들어 달라진 모습을 보이며 미국 등 글로벌 증시 대비 강세 흐름이 나타내고 있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는 올해 들어 각각 7.65%, 10.48% 오르며 4.29% 오른 다우존스, 1.76% 오르는데 그친 나스닥 대비 높은 기대수익률을 보였다. 종잡을 수 없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과 중국의 가성비 인공지능(AI) 모델 딥시크 충격 등 악재성 이벤트가 연이어 발생하며 미국 증시를 이끌던 M7(Magnificent 7)의 수익률이 부진한 탓이다.
미국 대비 한국 증시의 강세가 계속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물음표가 나온다. 이웅찬 iM증권 연구원은 “미국 증시가 정체된 가운데 유럽과 중국 등 비 미국 증시 랠리가 이어지고 있으며 한국 증시 괜찮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서도 “미국의 관세 리스크나 금리 문제는 아직 진행형이며 이에 따라 코스피 지수의 지속적인 강세와 경기민감주 혹은 자동차 등 관세 피해주의 아웃퍼폼을 전망하기에는 조심스러운 상황”이라 지적했다.